윤병세 12일 방러…대북 압박외교 가속도

한국 외교수장으로서는 쿠바를 처음으로 방문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7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에게 방문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쿠바서 귀국뒤 닷새만에
박대통령 방러문제도 논의할 듯

북도 베트남 등 찾아 외교총력전

한국 정부가 ‘대북 압박외교’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우간다 방문에 이어 4~5일 쿠바를 찾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오는 12~13일 러시아를 방문한다. 정부는 윤 장관의 방러에 대해 글로벌 대북 압박외교 기조를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윤 장관이 13일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한-러 외교장관 회담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의 방러는 장관 취임 이후 처음이며 한국 외교장관으로선 5년 만이다. 한-러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 2월 뮌헨안보회의와 4월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이후 3번째다. 두 나라 외교장관은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쿠바 방문을 마치고 7일 오후 귀국한 윤 장관이 닷새 만에 또 러시아 방문에 나서는 것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미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굳어지고 있다는 정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핵 해법 등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러시아는 중국과 더불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과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공식 반대 의사를 내놨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의 철저한 이행과 함께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제재와 압박’만 강조하고 있다.

한-러 외교장관 회담에서 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1월30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때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을 수락했으며 올해 박 대통령의 방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러시아 관영 <로시이스카야 가제타>가 보도한 바 있다. 박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2013년 11월 푸틴 대통령 방한 때를 비롯해 모두 3차례 열렸다.

한편, 북한도 조선노동당 7차 대회 이후 외교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면담했고, 최태복·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각각 베트남·라오스와 쿠바를 방문해 최고지도자와 만났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적도기니를 국빈 방문한 바 있다.

김진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