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북한, 수학·국어 사교육 열풍”
사상 교육보다 진학 교과 공부 중시
대학 시험 응시 위해 뇌물 주기도
사상 교육보다 진학 교과 공부 중시
대학 시험 응시 위해 뇌물 주기도
대학교 입학 전까지 12년간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사회주의 체제 북한에서도, 수학·국어 등 교과과목에 대한 사교육 열풍이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북한경제리뷰 6월호에 실린 김정원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의 논문을 보면, 평등을 기반으로 하는 북한의 교육 제도 안에서도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른 교육 기회의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또 수학·국어 등 교과과목에 대한 ‘그룹 과외’가 유행하는가 하면, 대학 입학시험 응시자격을 받기위해 교사에게 뇌물을 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북한판 입시경쟁은 유치원 단계부터 시작된다. 북한 상류사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악기 연주·무용 등 예술활동을 익히는 것이 필수여서 예술교육에 특화돼 있는 유치원에 진학하려 애쓴다는 것이다. 교과과목을 중심으로 한 경쟁은 소학교(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부터 본격화된다. 각 도마다 한곳씩 설치된 기숙학교인 ‘제1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수학·국어 등 배점이 높은 과목에 대한 학습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제1중학교는 각종 노역에서 제외돼 대학 진학에 유리하고, 군입대 시기에도 선택권을 부여하는 등 혜택이 많다고 한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부모들은 사상교육보다 국어, 수학 교육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부모들은 자녀들을 과외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교육 기회의 격차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논문에는, 수학 과목 등 ‘그룹 과외’를 위해 학부모들이 돈을 모아 과외 선생님의 집을 마련해주는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중학교(고등학교)에 입학한 뒤엔 대학 입시가 당면 과제가 된다. ‘특목고’처럼 학생들을 따로 선발하는 제1중학교는 교과과목 중심 대학교 입시에 매진한다. 제1중학교를 제외한 일반중학교는 대학 지망생과 비지망생을 나눠 선별식 수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비진학반 학생들은 졸업 뒤 군에 입대하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들은 자식의 진학반 배정과 교육, 대학 입학 추천 등을 위해 교사들에게 뇌물을 상납하곤 한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대학 졸업장은 전문적인 직업을 갖거나 당 간부가 되는데 필수적인 ‘스펙’이라는 것이 김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당과 조직이 더 이상 개인의 생존을 위한 보호막이 되지 못하는 북한 사회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힘을 갖춰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대학 진학 욕구로 표현되고 있다”며 “(북한 사회에서) 확대되는 돈의 힘은 공적인 학교제도를 무력화시켜 교육에서의 시장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