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들여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배치 지역으로 영남권, 그중에서도 경북 성주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군사적 효용성과 주민 반발, 기지 조성 비용 등을 두루 검토한 결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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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은 남북 무력충돌이 일어날 경우 북한 장사정포의 사거리에서 벗어나 있어 개전 초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면서 성주는 사드의 사정거리인 200㎞ 안에 핵심 미군기지인 평택과 대구 지역이 들어간다. 평택 기지는 한강 이북 지역의 미군 2사단 병력이 결집해 주둔할 주요 군사시설이며, 바로 옆에는 오산 미 공군기지가 있다. 경북 칠곡과 대구의 미군기지는 유사시 부산항 등에서 들어오는 미 증원전력이 집결하는 주요 후방기지이며 막대한 전쟁물자와 전투장비가 비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자는 11일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면 대구·평택 등 미군 핵심 시설뿐 아니라 전북 군산의 미군기지, 한국군 육·해·공군 본부가 모여 있는 충남 계룡대에도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공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성주에 이미 호크미사일 포대로 구성된 방공기지를 운용하고 있다. 호크미사일은 1960년대 미국이 개발한 중거리 지대공미사일로 노후화해 현재 단계적으로 국산 천궁미사일로 교체되고 있다. 군으로서는 이번에 이들 호크미사일을 천궁미사일 대신 곧바로 사드로 교체하는 방안이 비용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법하다.
성주의 방공기지는 한때 군 내부에서 군사적 효용성을 두고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 이미 앞선 성능을 자랑하는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가 두 곳 배치돼 있어서다. 칠곡에는 미군의 패트리엇 포대가 있고, 대구 수성에는 한국군의 패트리엇 포대가 운용되고 있다. 주변에 이처럼 방공망이 집중된 점을 들어 “성주에 굳이 노후된 호크미사일 기지를 운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런 곳에 사드를 배치하면, 군사적으로 엇비슷한 사거리의 방공 미사일을 중복 배치하는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훨씬 높은 고도에서 광범한 지역에 방공망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주민 건강이나 안전, 환경 문제 등을 둘러싼 지역주민들의 거부감 해소 측면에서도 새로 기지를 건설하는 방안보다 기존의 방공기지를 활용하는 방안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경남 양산에는 한때 나이키미사일을 운용했으나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는 기지가 있어 즉시 사드를 배치할 수 있는 점, 주한미군의 칠곡 기지 등도 성주와 비슷한 작전 환경을 제공하는 점 등 때문에 이들 영남권 지역도 유력한 사드 배치 후보지로 함께 거론되고 있다. 반면 경기 평택, 충북 음성, 강원 원주 등은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권인데다 사드가 휴전선에서 가까운 수도권 방어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 등에 따라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드의 영남권 배치는 인구 절반이 모여 살고 국가 핵심시설이 밀집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방어의 포기로 비쳐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한-중 관계를 훼손해가며 굳이 서울·수도권도 지키지 못할 무기를 들여올 필요가 있느냐는 반발 여론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수주 안에” 사드 배치 지역을 공식 발표하며 수도권 방어 방안도 함께 설명할 계획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