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고 통일부가 17일 발표한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2014년 영국에서 강연하는 모습. 유튜브 화면 갈무리/연합뉴스
17일 오전까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의 망명 관련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다던 정부가 이날 저녁 7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최근 태 공사가 부인, 자녀와 함께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다”고 밝혔다. 외교부와 통일부 등은 앞서 16일부터 태 공사 망명설과 관련한 일체의 사실 관계에 대해 ‘탈북자 관련 정부 방침’을 들어 확인 불가 방침을 고수해왔다.
정부는 특히 ‘최고위급’과 ‘북한 체제에 대한 염증’을 강조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태 공사는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에 해당한다”며 “태 공사는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현학봉 대사에 이은 서열 2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1997년 정승일 당시 주이집트 북한 대사가 탈북해 미국으로 망명한 바 있다. 1990년대 중·후반 콩고·잠비아 등지에서 근무하던 북한 외교관이 국내에 입국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에 비춰 태 공사는 ‘국내에 공개 입국한 탈북 외교관 가운데 최고위급’이라는 표현이 사실에 부합한다.
정 대변인은 “태 공사는 탈북 동기에 대해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대한민국 사회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하루 만에 탈북 사실 공개 방침이 바뀐 이유’를 두고서는 “이미 이분들이 입국했고 언론에 관련 사실이 널리 보도됐기 때문에 사실 확인 차원에서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입국 경로와 시점, 가족관계 등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정 대변인은 “신변 보호를 위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태 공사의 탈북에 대한 총평’을 요청하자, 정 대변인은 “북한 핵심계층 사이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해 더는 희망이 없다, 또 북한 체제가 이미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지배계층의 내부 결속이 약화되고 있지 않느냐 하는 판단을 해본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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