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재체 무게 15배로 껑충
이전 엔진실험과 달리
“우주산업 발전용” 강조
원격제어기술 낮아
실제 정지위성 올릴지는 미지수
이전 엔진실험과 달리
“우주산업 발전용” 강조
원격제어기술 낮아
실제 정지위성 올릴지는 미지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한 “대출력발동기 지상 분출 시험”의 구체적 내용은 4가지로 압축된다. 처음으로 개발한 신형이고,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 엔진이며, 단일 발동기의 추력은 80t, 연소시간은 200초라는 것이다.
북한이 올들어 로켓 엔진 실험을 공개한 것은 3월과 4월에 이어 세번째다. 북한은 그러나 앞서 공개한 두 번의 실험이 ‘군사적 목적’임을 분명히 한 반면, 이번 실험은 ‘우주산업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차이를 뒀다. 북한은 3월 “대출력 고체로켓 발동기(엔진)” 실험과 관련해 “이제는 적대세력을 무자비하게 조져댈 수 있는 탄도로켓의 위력을 더욱 높이게 됐다”고 했고, 4월 실험 땐 대놓고 “대륙간탄도로켓 대출력 발동기”라고 불렀다. 반면 이번 실험은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이라며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로켓 기술은 필요에 따라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실험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기술적으로 보면, 북한의 이번 로켓 엔진 실험은 그동안 북한이 3차례 쏘아올린 장거리 로켓 ‘은하-3’과 비교될 수 있다. 북한은 2012년 4월 은하-3을 발사했으나 단 분리에 실패해 공중 폭발했다. 같은 해 12월 발사 때는 성공적으로 탑재체를 위성궤도에 올렸고, 올 2월7일 발사 때 다시 한번 성공했다. 북한이 이번에 밝힌 로켓 엔진은 은하-3보다 추력이 3배나 강하다. 군 당국이 2012년 12월 은하-3 발사 때 서해에 떨어진 1단 추진체를 인양해 분석한 결과, 은하-3의 1단 추진체는 노동미사일을 기반으로 한 추력 27t의 로켓 엔진 4기와 추력 3t짜리 보조엔진 4기로 총 120t의 추력을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이번 실험에서 북한이 밝힌 추력은 엔진 1기가 80t이라 4기를 묶어 1단을 구성하면 320t이나 된다.
이런 대형 로켓 엔진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내년 말 시험 발사를 목표로 개발하는 ‘한국형 발사체’와 비슷하거나 앞선 성능으로 보인다. 한국형 발사체의 1단 추진체는 추력 75t의 로켓 4기를 묶어 300t의 추력을 내도록 설계됐다. 항우연은 올 7월에 이 로켓 엔진을 145초간 연소하는 데 성공했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북한의 로켓이 실제 80t 추력을 200초 동안 연소했다면, 연소압 등 다른 변수가 같다면, 한국형 발사체보다 더 무거운 물체를 더 멀리 날려보낼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개발 중인 로켓은 한국형 발사체의 탑재체(1.5t) 이상의 무게를 실어 궤도에 올릴 수 있다는 뜻으로, 탑재체의 무게가 은하-3(100㎏ 안팎)보다 15배 남짓 무거워진 셈이다.
북한은 지난해 서해위성발사장(평북 철산군 동창리)의 로켓 발사대를 50m에서 67m로 높여, 기존의 은하-3보다 더 큰 로켓 발사 가능성이 점쳐졌다. 북한은 2월에도 은하-3을 다시 발사해 발사대 확대 이유를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 대형 로켓 엔진 개발 공개로 그 의문이 일정 부분 해소되게 됐다.
북한은 이번 신형 엔진 개발 이유로 정지위성 발사 계획을 들었다. 정지위성의 궤도는 고도 3만5786㎞로 적도 상공을 도는 원형궤도이다. 은하-3이 쏘아올린 탑재체 ‘광명성’이 고도 500㎞의 타원 저궤도인 점에 비춰 70배나 먼 거리다. 정지위성 발사를 위해선 대형 로켓 엔진 개발이 필수인 셈이다.
그러나 북한이 정지위성 발사에 성공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정지위성 궤도는 북한이 은하-3으로 진입한 저궤도(고도 150~1500㎞)와 달리, 한 번의 발사로 진입할 수 없다. 우선 고도 200~300㎞의 저궤도에 진입한 뒤 우주 공간에서 다시 로켓을 점화해 단계적으로 정지위성 궤도로 이동하는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로켓 기술뿐 아니라 위성과의 통신 기술, 원격제어 기술 등도 요구된다. 그러나 북한은 두 차례나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고도 위성사진 한 장 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춰 통신·제어 기술이 북한의 정지위성 발사 계획에 큰 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신문>은 이번 로켓 개발이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임을 내비쳤다. 북한의 우주개발 5개년 계획에는 달 탐사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의 현광일 과학개발부장은 지난달 <에이피>(AP)와 인터뷰에서 “우주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더 많은 관측 위성과 정지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달과 다른 행성도 탐사할 계획”이라며 달 탐사가 10년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달 탐사는 로켓 능력만 놓고 보면 꼭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채연석 전 항우연 원장은 “우주 개발은 저궤도 위성 발사→정지위성 발사→달 탐사 등의 수순을 밟는 게 통례”라며 “300t 추력의 한국형 발사체도 궁극적으로는 달 탐사가 목표인데 북한의 320t 추력 로켓으로 달까지 가는 게 불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달 탐사는 정지위성 발사 때보다 한 단계 앞선 통신·원격제어 기술과 막대한 재정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북한에 만만찮은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박병수 정인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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