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이 20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 대출력 발동기(엔진) 지상 분출 시험을 지도했다’는 내용과 함께 사진 9장을 공개했다. 사진은 로켓 발사대에 설치된 엔진의 분출 시험을 김정은 위원장이 지켜보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신형 로켓 엔진 성능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기존 로켓 엔진보다 추진력(추력)과 연소 시간이 대폭 향상된 것이어서 북한의 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뤄지는 추가 결의 논의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 대출력발동기(엔진) 지상 분출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며, 1면 전면을 털어 사진 9장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실험은 서해 위성발사장(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실시됐으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현지지도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이날 동창리 발사장의 최신 위성사진을 공개하고 “17일부터 발사장 주변에 발사대와 귀빈 참관대가 설치되는 등 실험 준비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은 “새로 개발한 대출력발동기는 단일 발동기로서 추진력은 80tf(톤포스)이다. 이번 대출력 발동기 지상 분출 시험은 작업시간을 200s(초)로 하고 발동기 연소실의 연소 특성, 각종 변들과 조종계통들의 동작 정확성, 구조 믿음성을 최종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출력발동기가 완성됨으로써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 기간에 정지위성 운반 로켓을 확고히 개발 완성할 수 있는 과학기술적 담보가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각이한 용도의 위성들을 더 많이 제작·발사해 몇해 안에 정지위성 보유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번 시험 성과에 토대해 위성 발사 준비를 다그쳐 끝냄으로써 인민들에게 보다 큰 승전 소식을 안겨주자”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지위성 운반용 로켓’이란 북쪽 주장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정지위성은 3만5800㎞ 상공의 정지궤도까지 올라가야 해, 같은 기술을 무기용으로 전용하면 이론적으론 미국 본토까지 이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최소 사거리 기준은 5500㎞다.
로켓 엔진 개발을 완성하려면 연소 실험을 수없이 되풀이 해야 한다. 하지만 그간 북쪽이 보여온 행태로 미뤄 이른 시일 안에 발사 실험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5차 핵실험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기념일인 9월9일 오전 9시(북한시각)에 맞춰 실시한 점에 비춰, 조선노동당 창건 71돌 기념일인 10월10일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당국자는 “다음 달에 추가적인 북한군의 동향이 있을지 면밀히 추적·감시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북쪽이 이른 시일 안에 발사 실험에 나서지는 않으리란 전망도 있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발사 실험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급 로켓 개발을 완성시키는 건 국제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발사 실험으로 가는 과정을 쪼개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살라미 전술’을 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럴 경우, “당 창건 기념일 군사 행진에서 새 엔진을 장착한 신형 미사일을 선보일 수도 있다”는 게 김 원장의 지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스스로도 해방 이후 최악의 수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핵과 미사일 도발을 지속하는 북한의 태도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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