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억지·중국공조 압박 가능토록”
지난달 청와대에 정책보고서 전달
북한전문가 “미국조차 반대하는데
존립근거조차 잊은 채 정치조직화”
박 대통령, 민주평통 회의 주재
“북 주민에 모든 길 열어놓겠다”
지난달 청와대에 정책보고서 전달
북한전문가 “미국조차 반대하는데
존립근거조차 잊은 채 정치조직화”
박 대통령, 민주평통 회의 주재
“북 주민에 모든 길 열어놓겠다”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전술핵 재배치를 건의한 정책보고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민주평통은 평화통일정책 수립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라고 헌법 92조에 따라 설치된 헌법기관이다. 의장은 대통령이다.
13일 누리집에 공개한 ‘2016년 2차 통일정책 추진에 관한 정책건의’ 자료집에서 민주평통은 ‘강력한 국제공조 유지와 북핵 억지 방안 모색’을 위해 1991년 말 철수한 미군 전술핵의 재배치를 공식 건의했다. 민주평통은 “한국 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미국의 첨단 전략 자산 상주 등을 모색하는 것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대북제재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미군 전술핵을 재배치해 북의 붕괴를 이끌어내자는 논리다. 이 보고서는 지난달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민주평통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핵무장론과 마찬가지로 역사적인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파기·부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정당화해주는 논리”라며 “이런 주장을 공개 문서로 대통령한테 건의한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평통 고위공무원단 출신인 한 대북정책 전문가도 “미국 정부조차 반대하는 전술핵 재배치를 정책으로 건의한 것은 정치공세일 뿐”이라며 “민주평통이 최소한의 자기 존립 근거조차 망각한 채 대북 규탄과 궐기의 선봉에 선 정치조직이 돼버린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달 13일 방한한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한-미) 양국 정상뿐 아니라 양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과 통일대화’에서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에게도 자유와 인권의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외부 세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계속 전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대북 선전 활동을 더욱 공세적으로 펼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굶주림과 폭압을 견디지 못한 북한 주민들의 탈북이 급증하고 있고 북한 체제를 뒷받침하던 엘리트층과 군대마저 암울한 북한의 현실에 절망해 이탈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이 대한민국에 와서 자신의 꿈을 자유롭게 실현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모든 길을 열어놓고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남으로 오라’는 발언은 1일 국군의 날 기념사 이후 부쩍 잦아지고 있다.
정인환 최혜정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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