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9일 박 대통령의 통일정책을 상징하는 표현인 ‘통일대박론’에 대해 “대통령이 언급하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2014년 1월 새해 기자회견 때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대통령의 말을 주무부처 장관임에도 그 자리에서 처음 들었다”며 “이후에도 청와대에서 ‘통일은 대박’이란 말이 어떤 취지에서 나온 말이란 설명을 한 번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통일대박론’은 (통일이 되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일종의 편익론”이라며 “대통령의 말이 곧 정책이니 그에 따른 후속 조처를 해야 하는데, 청와대 쪽에서 아무런 지시나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폐쇄 1년째를 맞은 개성공단과 관련해 류 교수는 “개성공단을 안보적인 압박 수단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 다시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단 폐쇄 당시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등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싶었을 것이란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국제사회에 통일 의지를 갖고 개성공단 문제를 얘기해야지, 북한에 대한 안보적인 지렛대 또는 압박 수단으로 얘기하면 우리는 통일에 대해 국제사회에 얘기할 게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러가지로 상당히 공백이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2013년 개성공단 중단 사태 때 등 긴박할 때는 대면보고를 하기도 했지만, 대통령과 주무 장관이 직접 만나 긴밀히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거의 없었다”며 “대통령이 장관·수석(비서관)의 대면보고를 받지 않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취임해 만 2년을 근무했다. 그는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본격화한 지난해 11월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와 같이 불행한 국무위원이 다시는 이 땅에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정말 사죄드린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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