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었다. 그 사이 북한은 4차례 핵실험을 포함해 핵·미사일 능력을 한층 고도화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까지 부과된 상황에서, 차기 정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남북관계는 당분간 쉽게 풀기 어려워 보인다.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소가 엠알씨케이(MRCK)에 맡겨 지난 3월30일~4월1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이 ‘지금보다는 대화와 협력을 중시해야 한다’(55.3%)는 응답이 과반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금 같이 강력한 대북 제재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41.1%)는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단순히 ‘9년 전’으로 돌아가기엔, 남과 북이 처한 안보현실이 바뀌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외교·안보 전문가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한 현실에서 ‘대화·협력’이냐, ‘제재 지속’이냐 둘 중 하나만 선택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재 일변도에서 벗어나 대화·협력을 병행하는 방식이라면, 대북 정책 변경에 찬성하는 의견이 더 높게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과 연령, 이념성향과 지지정당·후보별 의견 차이도 눈길을 끈다. 서울(55.8%)과 인천·경기(53.8%) 등 수도권에선 대북 정책 변화에 찬성하는 의견이 전국 평균치에 가까웠다. 부산·울산·경남(54%)도 마찬가지다. 대전·충청(64.8%)와 광주·전라(67.1%)에선 같은 의견이 전국 평균치를 웃돌았다. ‘제재 지속’ 의견이 과반을 넘어선 지역은 전국에서 대구·경북(56.3%)이 유일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67.2%)와 50대(58.3%), 30대(53.6%)와 20대(50.4) 순으로 대화·협력을 선호했다. 60대 이상에선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다. 스스로 진보(69.5%) 또는 중도(59.1%) 성향이라고 답한 쪽에서도 대북 정책 변화를 원한다는 응답이 많았고, 투표에 반드시 참여하겠다고 답한 응답자(59.3%) 층에서도 같은 답변이 높게 나타났다.
지지 정당별로는 정의당(74.2%)과 더불어민주당(72.2%) 지지자의 압도적 다수가 대화·협력을 택한 반면, 자유한국당(76.4%)·바른정당(61.6%) 지지자는 제재를 지속해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국민의당 지지자는 대화·협력(52.3%)과 제재 지속(44.6%)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지지후보별 응답과도 겹쳐, 심상정(75.0%)·문재인(74.1%) 후보 지지자가 압도적으로 대화와 협력을 선호한 반면, 홍준표(75.3%)·유승민(66.0%) 후보 지지자는 제재 정책 지속을 원했다. 안철수 후보 지지자는 대화·협력(48.5%)과 제재 지속(48.2%) 응답이 절반씩으로 갈렸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