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4월 위기설’ 실체 있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남북 긴장고조에 가짜뉴스 속출
정부 “현혹되지 않길” 진화 나서
“외곬 대북정책이 위기설 배경
차기정부서 평화 정착 고민해야” 정부는 이들 위기설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언론 브리핑에서 “4월 한반도 위기설은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한반도 안보 상황의 과장된 평가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부 관계자는 “확인해보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사전에 북폭을 계획하고 그런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북폭설 등을 근거 없는 가짜뉴스로 보고 있다. 군사평론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미국이 한국의 동의 없이 북폭을 감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1994년에도 미국은 당시 7만명이던 재한 미국인의 소개가 불가능해 북폭을 포기했다. 지금은 재한 미국인이 13만명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근거 없는 위기설에 우리 사회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들 한반도 위기설은 최근 며칠 사이 에스엔에스를 뜨겁게 달궜고, 급기야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방위산업 관련주들은 위기설이 절정에 이른 10일 2.89% 급등했다가, 다음날인 11일 금융당국의 불공정거래 단속 방침에 1.82% 하락 반전했다. 미군의 북폭설은 지난달 15일 ‘재팬 비즈’라는 일본의 온라인 매체에서 ‘미군의 북한 공격은 4월27일일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위기설은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이 이달 말까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에 김일성 주석 생일(15일), 인민군 창건일(25일) 등 굵직한 정치 행사가 잇따르는 점,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관련 합의가 뾰족한 게 없었던 정황,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시리아 폭격을 지시한 일, 오스트레일리아를 향하던 미 항모 칼빈슨호가 한반도 쪽으로 항로를 바꾼 일 등이 맞물리며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올해 초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대북정책의 불확실성을 한껏 끌어올린 상태였기 때문에, 위기설의 토양은 기름진 상태였다. 위기설은 일단 꺾인 듯 보이지만, 실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무엇보다 미 항모 칼빈슨호가 이번 주말쯤 한반도 주변 해역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0일 “미국이 이번에 또다시 칼빈슨호 핵 항공모함 타격단을 조선반도 수역에 들이밀고 있는 것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무모한 침략책동이 엄중한 실천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력 반발한 바 있다. 미국과 남북이 앞으로 어떻게 할지 등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유동적이다. 어떻든 이번 일은 우리 사회가 이런 근거 없는 괴담에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 한번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남북간 긴장 고조가 지속되면서 군사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 한반도 안보환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한반도 위기설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다. 그러나 위기설은 늘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불거졌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위기설의 배경에도 대북 제재와 봉쇄 이외에 다른 대안을 허용하지 않는 정부의 외곬 대북정책이 있다”며 “차기 정부가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어떻게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지에 대한 고민을 대북정책에 반영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한광덕 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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