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 개인 필명 논평으로 중국에 경고
“덩치 튼 이웃나라 사리·분별 잃은 언사”
“중국 무모하게 우리 인내심 시험말라”
“덩치 튼 이웃나라 사리·분별 잃은 언사”
“중국 무모하게 우리 인내심 시험말라”
지난달 초 미·중 정상회담 이후 대북 압박 공조에 잰걸음을 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해 북한 관영매체가 강한 어조로 경고하고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밤 ‘조·중 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중국은 더이상 무모하게 우리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려 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 논평은 ‘김철’이란 개인 필명으로 작성됐는데, 북쪽은 당국의 비공식적 입장을 전달할 때 개인 필명 논평을 활용하곤 한다.
이 매체는 논평에서 “최근 우리의 핵 보유를 걸고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감행하는 반공화국 제재와 군사적 압박 소동이 한계를 넘어서고 조선반도 정세가 각일각 첨예해지고 있는데 대한 내외의 우려는 매우 심각하다”며 “그런데 미국이 요란하게 불어대는 위협공갈과 전쟁굉음에 심장이 졸아들어서인지 덩치 큰 이웃나라들에서 사리와 분별을 잃은 언사들이 연일 터져나와 현 사태를 더욱 긴장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당과 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것으로 널리 알려진 <인민일보>와 <환구시보>가 지면을 아끼지 않고 쏟아내는 글들이 그 대표적 실례”라고 덧붙인 것으로 미뤄, 이 논평이 최근 중국 쪽에서 나온 ‘북 핵시설 선제타격 용인’ 등의 보도에 대한 대응인 것으로 보인다.
<중통>은 “최근에도 여러 편의 논평에서 우리의 핵보유가 저들의 국가적 이익에 대한 위협으로 된다고 떠들면서 조중관계 악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적으로 전가하고 미국의 장단에 놀아대는 비렬한 행위에 대해 구구하게 변명해나섰다”며 “우리의 핵보유를 반대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공동이익이며 저들에게 위험을 가져다 줄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횡설수설하였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또 “조중관계의 주도권이 자신들의 손에 쥐여져있으며 우리가 중국과의 군사적 대립을 바라지 않는다면 ‘장기간의 고립과 또 다른 국가안보의 길’ 사이에서, 중조 친선과 핵포기 가운데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는 극히 도전적인 망발도 서슴지 않았다”며 “주권국가로서의 우리 공화국의 자주적이며 합법적인 권리와 존엄, 최고이익에 대한 엄중한 침해이며 친선의 오랜 력사와 전통을 가진 선량한 이웃나라에 대한 노골적인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중통>은 “조선과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밀접히 연관된 이웃나라일 뿐아니라 선대 수령들께서 공동의 위업을 위한 투쟁의 길에서 붉은 피로 기발을 물들이며 함께 친선의 정을 쌓아오신 유다른 전우의 나라, 형제의 나라”라며 “이 모든 것을 고의적으로 덮어두고 파렴치하게도 미국이 외치는 ‘국제사회의 일치한 견해’라는 것을 그대로 따라 외우며 우리를 범죄자로 몰아대고 잔혹한 제재놀음에 매달리는 것은 조중관계의 근본을 부정하고 친선의 숭고한 전통을 말살하려는 용납 못할 망동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조중관계의 ‘붉은 선’을 우리가 넘어선 것이 아니라 중국이 난폭하게 짓밟으며 서슴없이 넘어서고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이 매체는 이어 “그가 누구이든 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우리의 핵보유 노선을 절대로 변화시킬 수도 흔들 수도 없으며, 조중 친선이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고 해도 목숨과 같은 핵과 맞바꾸면서까지 구걸할 우리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며 “중국은 더이상 무모하게 우리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려 하지 말아야 하며,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옳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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