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7일 북한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공개했던 3월 6일 이뤄진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취임 나흘 만인 14일 북한이 또다시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의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새 정부의 운신 폭을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이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대화가 가능하더라도 북의 태도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전문가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북한은 이날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해 사거리를 추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한편 탄착 지점도 일본 영해가 아닌 동해 상으로 맞췄다. 이는 미사일 발사로 인한 국제정치적 파장을 줄이기 위해 북이 기술적 측면에서 세밀하게 ‘수위 조절’을 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북한의 의도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일부에선 이날이 중국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온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일이라는 점에서 북이 최근 대북 압박 공조에 나선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전하려 했을 것이란 얘기도 있고,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떠보기’란 지적도 있다. 반면 정부 당국자는 “지난 4월 실시한 세차례 탄도미사일 발사실험이 계속 실패한 것으로 보였는데, 이번엔 나름대로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발사 시점을 새 정부 출범이나 일대일로 정상포럼 등에 일부러 맞췄다기보다는 북이 자기들 계획에 따라 발사실험을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교안보팀 인선조차 못한 상태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새 정부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지게 됐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는 김대중 정부가 이뤄낸 성과 덕분에 남북관계의 모멘텀이 살아있었음에도, 북핵·미사일 문제로 남북 정상회담이 임기 말로 늦춰졌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남북관계가 파탄난 상태에서, 새롭게 남북관계를 정립해야 할 처지인 문재인 정부로선 (북의 미사일 도발로) 출범 초기부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미국은 압박을 통해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겠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미사일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려 확실한 위협수단을 갖춘 뒤에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의도”라며 “하지만 끊임없는 도발로 중국과 한국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건 궁극적으로 북미 대화의 여건을 조성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근 북미 접촉이 이뤄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도 확인됐지만, 북은 자기들이 만든 일정표에 따라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북한은 미국과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에 앞서 어떻게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를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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