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TF·국정원이 과도기 채워
문정인 교수 ‘첫손’ 꼽혔지만
정의용 전대사 대안으로 거론
문대통령 “재검토” 지시로 결론 못내
문정인 교수 ‘첫손’ 꼽혔지만
정의용 전대사 대안으로 거론
문대통령 “재검토” 지시로 결론 못내
새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사령탑 구실을 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정부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미·중·일·러 등 주요 4개국과 유럽연합 특사단을 파견하는 등 당장의 현안 대응을 해나가고는 있지만, 과도기 체제를 길게 끌고가기엔 한반도 주변정세가 급박한 탓이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복수의 외교·안보 소식통 말을 종합하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 9일째인 18일 현재 안보실장의 빈 자리는 두 축이 나눠서 그 공백을 채우고 있다. 정의용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를 중심으로 한 외교·안보 태스크포스가 외교 일정을 챙기고,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중심으로 한 국정원 쪽이 위기대응 역할을 맡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는 안보실장 인선 전까지만 유지되는 과도체제일 뿐이다. 안보실장 인선이 이뤄져야 안보실 1·2차장을 비롯한 청와대 보좌진과 통일·외교·국방장관 등 외교·안보 라인 후속 인선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더구나 한달 남짓 뒤면 한·미 정상회담까지 예정돼 있어, 외교장관 임명도 다급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안보실장에는 애초 서훈 후보자가 내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과 국정원 3차장을 거친 서 후보자는 문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외교·안보 분야 좌장 구실을 했다. 하지만 국정원 개혁 등을 위해 서 후보자가 ‘친정 복귀’를 강력 희망하면서 안보실장 인선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공약 자문 그룹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속 외교·안보 전문가 그룹은 청와대 입성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에서 동북아위원장을 지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안보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인선 과정에서 다른 고려 사항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 선거 캠프에 참여했던 전직 외교관 그룹인 ‘국민아그레망’을 이끌었던 정의용 전 대사가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지난 15일 문 대통령에게 정 전 대사를 안보실장에 임명하는 인선안이 보고됐지만, 문 대통령이 이를 반려하고 문정인 교수 인선안까지 포함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며 “이튿날(16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안보실장 인선 관련 회의가 다시 열렸지만 결론이 나지 못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외교·안보 난맥상이 이어지면서 문재인 정부는 총체적 위기 국면에서 출발했다”며 “파탄난 남북관계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커진 한·미동맹 문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로 불거진 한-중 관계 위기와 위안부 합의 등으로 삐걱이는 한-일 관계 등 군사·외교·경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이어 “정부의 외교·안보 수요가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따져보는 것이 안보실장 인선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외교·안보 공약의 핵심은 남북관계 개선을 축으로 미·중 등 주변국가의 협력을 이끌어내, 북핵·미사일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안보를 우리 정부가 주도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새 정부는 복잡하게 얽힌 안보환경을 돌파해가며 한반도 운명의 주도권을 회복해야 한다”며 “(안보실장 인선과 관련해) 신중을 기하는 정부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박근혜 정권 외교·안보팀과 기이한 동거는 서둘러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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