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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남북 평화협력 첫 단추는 한강하구 중립지역 조사부터”

등록 2017-05-31 17:10수정 2017-06-01 10:59

김포시-한겨레통일문화재단 ‘한강하구 중립지역 평화적 전략’ 제주포럼
참석자들 한반도 평화 위해 한강하구 남북 공동이용 협력방안 제시
글렌 세겔 “이스라엘-요르단 ‘홍해 해양평화공원’ 평화협력 모델”
서주석 “북핵 진전땐 한강하구 평화적 활용 다양한 방안 모색될 것”
경기도 김포시와 황해도 개풍군 사이를 흐르는 한강 하구 중립지역의 모습. 새 정부 들어 한강 하구 중립지역에 대한 평화적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포/박경만 기자
경기도 김포시와 황해도 개풍군 사이를 흐르는 한강 하구 중립지역의 모습. 새 정부 들어 한강 하구 중립지역에 대한 평화적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포/박경만 기자
통일부가 최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신청한 말라리아 남북 공동방역 접촉을 승인하는 등 새 정부 들어 꽉 막혔던 남북 민간교류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하면서, 한강 하구 중립수역의 평화적 활용을 통한 남북의 협력증진 방안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와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3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막된 제12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새 정부 아래에서의 한강 하구 중립지역 평화적 활용 전략’이란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유영록 김포시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 포럼은 글렌 세겔 이스라엘 하이파대학 교수가 이스라엘과 요르단 간의 ‘홍해 해양평화공원’ 조성 사례를,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새 정부 아래에서의 한강 하구 중립지역 평화적 활용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고경빈 평화재단 이사, 박경만 <한겨레> 수도권팀 선임기자, 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동물과장, 남정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이 토론에 참가했다.

한강 하구 중립지역은 임진강 하구인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에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말도)까지 약 67㎞에 이른다. 이 구간은 정전협정 1조 5항에 따라 남북한의 민간 선박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육상의 비무장지대에 대해 남북한의 민간 이용을 금지하는 것과는 다르지만, 정전 이후 남북 모두 군부대의 통제에 들어가 민간 선박의 항행이 제한돼왔다.

참석자들은 “중국과 미국의 전략 변화에 대응하고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 새로운 남북관계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서 한강 하구 중립지역에 대한 논의와 남북 공동이용의 구상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유영록 경기도 김포시장(가운데)와 제주포럼 발표·토론자들이 31일 오후 토론회를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유영록 경기도 김포시장(가운데)와 제주포럼 발표·토론자들이 31일 오후 토론회를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첫 발제에 나선 글렌 세겔 교수는 홍해를 공유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홍해 해양평화공원’ 지정을 위해 맺은 평화협정을 통해 홍해의 해양 생태계 보전과 지역 경제 발전을 동시에 실현했다고 밝혔다.

두 나라는 평화협정문에 무력 철수와 접경지역인 아카바만 항행의 안전과 자유 보장, 관광객 증진을 위한 협력과 함께 아카바만의 환경 개선과 산호 생태계 보호를 명시했다. 그 결과 항만 물동량과 관광객 수가 증가했다. 요르단과 이스라엘은 남북으로 이어지는 육상 국경과 홍해의 아카바만 북단의 좁은 해상 국경으로 맞대고 있어 비슷한 지형 조건인 남북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겔 교수에 따르면, 1994년까지 이스라엘은 아랍 주변국 가운데 이집트와만 외교관계를 맺고 있었다. 수년간 교전을 치른 적국이었던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1994년 미국이 포함된 3국 평화협상에서 ‘아카바-에일라트 특별협약’을 맺고 국경에 인접한 홍해에 해양공원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두 나라는 협약에서 산호초와 해양생물에 대한 연구활동과, 생태학적 관점에서 산호초의 보호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관광·환경·수자원·국경보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요르단 대표단이 이스라엘의 에일라트를, 이스라엘 대표단이 요르단의 아카바를 각각 일주일씩 방문했다. 평화협상이 진행되면서 자원관리자, 과학자, 연구기관, 비정부기구 등은 아카바만의 산호 생태계를 유지하고 개선하는 데 필요한 연구·모니터링 문제를 함께 논의했다. 평화공원의 목표로는 △해안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보존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증진과 관광·여가활동을 통한 공원의 건전한 활용 보장 △기존 생태계의 악화 방지 △피해를 입은 공원 내 해안·해양 자연자원의 복원과 향상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프로그램 실시 등이 제시됐다.

세겔 교수는 “요르단과 이스라엘의 평화과정은 다자간, 3자간, 양자간 협상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자연의 생태계는 서로 연관돼 있으며 국경은 교류를 위해 개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노무현 정부 때 안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10·4 정상선언’을 성사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한강 하구를 비롯한 남북 접경지역의 평화 정착과 경제발전 활용 방향을 제시했다. 서 연구위원은 “한강 하구는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해 서해로 빠지는 출구로 지리나 경제, 환경 측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서울·수도권에 인접한 이곳은 역사적으로 수운과 물류, 어업의 중심지였으며, 한국전쟁 휴전 이래 민간인 출입이 제한돼 막대한 토사가 퇴적되고 각종 동식물의 보고가 되어 왔다”고 밝혔다.

서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강 하구는 휴전협상 당시 남북 쌍방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협의됐으며, 그 결과 정전협정과 부속문서에서 민간 선박의 자유통행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중립지역에서 군사 충돌이 이어지면서 철책선이 세워지고 강기슭이 모두 군부대의 통제에 들어갔고 민간 선박의 통항도 크게 제한됐다.

한강 하구 중립지역은 1990년 홍수로 유실된 한강 제방의 복구를 위해 남쪽의 준설선이 처음 통과했다. 2006년에는 남쪽 당국이 서해상에 국제해양평화공원을 지정할 것과 골재 채취 등 공동이용사업을 제안했다. 이어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에 합의했으나 다음 정부에서 이행이 중단된 상태다.

서 연구위원은 “북핵 문제에 일정한 진전이 있다면 한강 하구의 평화적 활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될 것”이라며 “이는 단순히 경제적 이용뿐 아니라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 증진, 남북 모두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종합적 계획에 따라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애기봉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한강 건너편 황해도 개풍군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김포/박경만 기자
관광객들이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애기봉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한강 건너편 황해도 개풍군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김포/박경만 기자
토론에 나선 고경빈 평화재단 이사는 “2009년 금강산 관광 중단, 2010년 남북경협 중단, 2016년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지만 북한의 도발은 멈추지 않았고 평화를 만드는 수단만 포기한 꼴이 됐다. 우리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은 북한을 개과천선시키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남북 적대관계를 바꾸지 못한 데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 이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고 해도 한반도 평화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협정이 동시 추진되려면 평화사업을 통해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생물자원관 김진한 동물과장은 “한강 하구 지역은 저어새, 매, 흰꼬리수리, 검독수리 등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과 재두루미, 개리, 큰기러기, 금개구리, 삵, 매화마름 등 멸종위기종 2급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수생태계에 대한 정밀조사는 이뤄진 적이 없어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미기록종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강 하구에서 주목해야 할 종으로 저어새를 꼽았다.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인 저어새는 강화도와 옹진군의 무인도, 김포 유도 등에서 번식하고 한강 하구와 예성강 하구의 갯벌을 먹이터로 이용하며 북한의 연안, 남포 등 남북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정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은 “한강 하구 중립지역은 바다와 연결돼 있어, 해양에서 남북한 협력과 유기적으로 연계 통합돼야 한다. 한강 하구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 접경해역과 김포, 강화, 해주, 개성, 서울 등 인접도시와 섬을 포함하는 ‘공간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자연환경 보전과 자원개발 이익 사이에 조화를 이루는 ‘생태-경제 통합’과 ‘관계부처-이해관계자 협력’이 구축돼야 하며, 실현 가능한 소규모 사업부터 점진적, 비정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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