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6·15공동선언실천남쪽위원회 서울본부 회원들이 남북관계 개선과 민간교류 확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막혔던 남북 민간교류의 물꼬가 잇따라 트이고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통일·국방장관 등 외교안보라인 인선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끊어진 남북관계를 잇기 위한 새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모양새다.
통일부는 2일 대북 인도지원단체와 종교단체 등이 낸 대북접촉 신청 8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인도지원단체 2건과 종교단체 6건의 북한 주민 접촉 신청을 승인했다”며 “이번 접촉의 목적은 인도지원 협의와 순수한 종교 교류”라고 말했다.
이날 대북접촉 승인을 받은 인도지원단체는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와 어린이어깨동무 등 2곳이다. 종교단체는 △한국기독교연합사업유지재단 △평화 3000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 추진본부 △천태종 나누며하나되기 등 6곳으로, 개신교와 가톨릭·불교 종단이 망라됐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달 26일 대북 인도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대북접촉 승인을 시작으로, 28일엔 최대 규모 민간교류단체인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6·15 공동행사 개최를 위한 낸 대북접촉 신청을 승인했다. 이날 8개 단체에 추가로 접촉 승인이 내려지면서, 이른 시일 안에 남북 민간교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서훈 국정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당장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기 때문에 말하기 이르지만, 결국은 우리가 여러 가지 수단을 총동원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며 “그것을 통해 북핵 폐기와 함께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대전환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제주포럼’ 개회식에 보낸 영상 기조연설에선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와 번영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구상, 담대한 실천을 시작할 것”이라며 “남북이 아우르는 경제공동체는 대한민국이 만든 ‘한강의 기적’을 ‘대동강의 기적’으로 확장시켜 세계 경제 지도를 바꾸는 ‘한반도의 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2015년 집권비전으로 내놨던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뼈대다.
관건은 북한의 태도다. 전문가들은 흔히 남북관계를 ‘손뼉치기’에 비유한다. 두 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뜻이다. 새 정부가 아무리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나선다 해도, 북쪽이 응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6·15 공동행사를 비롯한 민간 차원의 접촉에 북한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남북관계의 앞날을 내다보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선거 캠프 출신의 한 북한 전문가는 “김대중 정부의 성과를 이어받은 노무현 정부도 대북송금 특검과 탈북민 집단 입국 등으로 남북관계를 제 궤도에 올려놓기까지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남북관계가 아예 끊긴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복원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민간교류를 통해 꽉 막힌 남북관계에 물꼬를 틀 수는 있지만, 민간의 영역의 거기까지”라며 “결국 남북관계의 제도적 복원은 정치·군사적 문제까지 나아가야 하고, 이를 위해선 집권 초기에 정부가 남북관계에 대한 큰 원칙을 세우고 보폭을 최대한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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