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김삼열 상임대표가 6·15 공동선언 17주년을 맞아 남북의 관련 단체가 추진하던 남북 공동행사의 평양 개최가 무산됐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남북 민간교류 성사 가능성으로 관심을 모았던 6·15 공동선언 17주년 기념 민족공동행사가 무산됐다. 공동행사 준비에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한 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불과 한 달 남짓한 시점이어서 남과 북 모두 급격한 방향 전환에 부담을 느낀 탓으로 보인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상임대표의장 이창복·남측위)는 9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6·15 공동선언 발표 17돌 민족공동행사 평양 공동개최가 어렵게 됐다”며 “여러 물리적,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6·15 기념행사를 (남·북·해외가) 각기 분산해서 개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남측위 쪽은 지난 7일 북쪽에 이같은 결정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승환 남측위 공동집행위원장은 “6·15 공동행사를 하는 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건데, 자칫 행사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갈등이 증폭되는 경우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분산 개최를 북쪽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앞서 남측위는 지난달 23일 북쪽과 6·15 공동선언 17주년 공동행사를 논의하겠다며 대북 접촉 신청을 했고, 통일부는 이를 같은 달 31일 승인했다. 이어 남측위는 북쪽에 개성에서 공동행사를 열자고 제안했으며, 북쪽은 지난 5일 회신에서 경의선 통행·통관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개성은 어렵다며 평양에서 공동행사를 열자고 역제안했다. 남과 북이 6.·15 기념행사를 공동으로 치른 것은 지난 2008년이 마지막이다.
남측위 관계자는 “해외측을 통해 북쪽과 행사 개최 내용에 대해 협의를 했지만, 실무적이고 물리적인 문제들이 있었다”며 “평양에서 행사를 진행하려면 항공편 문제도 있고, 전세기를 띄우기 위해선 남북 당국이 서해 직항로를 열기 위한 실질적 협의도 해야 하는데 (짧은 기간 동안)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베이징이나 선양 등 중국을 통한 방북도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확인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들도 분산 개최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남북관계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새 정부 인선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민간교류를 추진해 나가는 것은 남과 북 모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며 “9년여의 공백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새 정부가 분명한 메시지를 가지고 남북관계의 첫 단추를 꿰기까지는 일정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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