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군사 문제 풀자” 북 요구에
“적대행위 상호중단” 응답 보낸셈
ICBM 발사로 남북 경색국면 이어져
당장은 제안 응하지 않을 가능성 커
“적대행위 상호중단” 응답 보낸셈
ICBM 발사로 남북 경색국면 이어져
당장은 제안 응하지 않을 가능성 커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10월4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 등 4가지 제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북한은 그동안 인도주의적 지원 등 민간 부문 교류 재개를 시작으로 남북 관계 개선을 시도했던 문재인 정부를 향해 ‘정치·군사적인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문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이런 북한의 요구에 대한 일정한 답변을 주려고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갖고 있는 정치·군사적 구상을 밝히고 사회·문화적 교류에서 시작하자는 것”이라며 “북한도 응할 명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주장에 대한 (문재인 정부) 나름의 답변이기 때문에 (북한도) 쉽게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의 제안 가운데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 중단’도 따져보면 북한 민족화해협의회가 지난 6월23일 ‘온 민족의 이름으로 남조선당국에 묻는다’며 던진 9가지 공개질문 가운데 하나다. 지난 2004년 남북이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발표했던 ‘서해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를 복원하는 의미도 갖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 부분은 북한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북한이 지난 4일 한·미가 ‘전략도발’로 규정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시험발사한 것에 비춰볼 때 당장 문 대통령의 제안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 대통령이 남북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전문가는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어떻게 나오게 할지에 대한 답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북한과 중국이 반복해 주장하는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동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북한이) 쉽게 제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8월21일께 시작 예정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전까지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당분간 문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다 근본적으로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 확보’라는 분명한 목표에 기반해 미국과의 담판을 노리는 상황이어서, 이 부분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면 문 대통령의 제안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지난 1일 “남북 관계를 체육으로 푼다는 건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고 기대가 지나친 것”이라고 반응한 것을 볼 때, 평창 올림픽을 평화를 만드는 계기로 삼자는 제안도 현 상황에서는 성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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