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지난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쪽에 사거리 800㎞의 탄도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 탄두 중량을 현행 500㎏에서 1톤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한-미 미사일지침(NMG) 개정을 요구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당시 우리 정부는 미국 쪽에 이런 방안을 제시했고, 미국 쪽과 올해 하반기 열릴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와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5년여 만에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에 나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정상 간 회담에서 논의 사항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탄두 중량을 늘리는 제안을 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관련 사정에 밝은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북한이 (화성-14형)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우리 정부의 대응을 보면 대략 정부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알 수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정부가 탄두 중량을 늘리려고 한다는 방침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등이 유사시 은신할 지하 벙커를 파괴하기 위한 소위 ‘벙커 버스터’를 개발하기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 국방부 당국자는 “현재 그런 계획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앞으로 그런 개발 계획이 필요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대한 제재·압박을 하는 한편, 남북 관계 개선을 한 축으로 진행해 한반도 평화 구상을 실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으며, 북한 정권의 교체나 정권의 붕괴를 원하지도 않는다고 거듭 밝힌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북한 정권을 겨냥한 기술 개발에 나섰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정부는 탄도미사일 개발 최대 사거리는 기존의 300㎞에서 800㎞로 늘리되, 탄두 중량은 최대 500㎏을 유지하는 선에서 미국과 협상을 마무리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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