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8일 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대륙간 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미사일 2차 시험발사를 실시했다고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28일 밤 11시41분께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지난 4일 첫 발사에 성공했던 ‘화성-14형’이라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은 ‘화성-14’형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지난 4일 1차 발사 때와 달리 최대 사거리를 계산해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노동당 위원장인) 김정은 동지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주체106(2017)년 7월28일 밤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27일 ‘화성-14’형 2차 발사시험을 실시하라고 친필 명령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또 “이번 시험발사는 대형 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 탄도 로케트 ‘화성-14’형의 최대 사거리를 비롯한 무기 체계의 전반적인 기술적 특성들을 최종 확증하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며 “우리나라 서북부 지대에서 발사된 ‘화성-14형’은 최대 정점고도 3724.9km까지 상승하며, 거리 998km를 47분12초 간 비행하여 공해상의 설정된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이번 시험발사는 최대 사거리를 모의해, 최대 고각발사 체제로 진행했으며, 주변국가들의 안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지난 4일 오전 9시께 평북 구성에서 ‘화성-14’형 첫 시험발사를 단행했다. 당시 북한은 “발사된 로케트는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최대 정점고도 2802km까지 상승 비행하여, 거리 933km를 39분 간 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미 정보당국은 이런 수치를 근거로 ‘화성-14’형의 사정거리를 약 5500km로 추정한 바 있다. 이번 2차 발사에선 △최대 고도는 약 900km △비행거리는 약 60km △비행시간은 약 8분 늘어났다.
<조선중앙통신>은 미사일 발사 현지지도에 나선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대륙간 탄도 로케트 체계의 믿음성이 재확증되고, 임의의 지역과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대륙간 탄도 로케트를 기습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이 과시됐다”며 “미 본토 전역이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것이 뚜렷이 입증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28일 밤 실시한 대륙간 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미사일 2차 시험발사 모습. 다음 날인 29일 낮 조선중앙티브이(TV)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 미사일을 발사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특히 김 위원장은 ‘최대 사거리 모의시험 발사’를 진행한 이유에 대해 “최근 분별을 잃고 객적인 나발을 불어대는 미국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라며 “이 정도면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우리 국가를 감히 건드리는 날에는 미국이라는 침략국가도 무사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탄두 무게에 따라 다르겠지만, 북이 내놓은 자료만 놓고 보면 ‘화성-14’형의 사정거리는 1만km를 넘을 것이란 계산이 가능하다”며 “발사 위치에서 미국 뉴욕이 1만500km, 워싱턴이 1만800km란 점을 고려하면, 미 서부는 물론 동부지역까지 사정권 안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평안북도 구성에서 실시한 1차 발사와 달리 2차 발사 장소를 자강도로 옮겨온 것은 ‘임의의 장소, 임의의 시간’에 발사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야간에 기습발사를 했다는 점은 북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 전술운용적 측면을 점검하는 한편, 한·미 정보자산에 대한 테스트적 성격도 있어 보인다”고 짚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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