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들이 지난 2014년 3월12일 오전 인천항에서 북한 어린이와 임산부들의 영양지원을 위한 물자환송식을 갖고 밀가루와 영양콩가루를 컨테이너에 옮기고 있다. 인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 중단됐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지원 재개를 추진하기로 했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에는 동참하면서도, 어린이·여성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은 해나겠다는 뜻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 기구의 요청에 따라 모두 800만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21일로 예정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지원내역과 추진 시기 등은 남북관계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을 협의·조정하는 기구인 교추협은 통일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관련 부처 차관과 국무총리가 임명한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현행법은 남북교류협력기금을 5억원 이상 집행할 때 교추협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교추협이 지원 결정을 내리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유엔인구기금(UNFPA)의 ‘사회경제인구 및 건강조사 사업’에 80만달러를 지원한 이후 끊겼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이 21개월만에 이뤄진다.
정부가 밝힌 지원 검토 중인 사업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세계식량계획의 탁아시설·소아병원·임산부 등을 대상으로 한 영양지원사업(450만달러)이다. 북한에 상주하는 6개 유엔 기구가 지난 3월 공동으로 펴낸 사업계획서를 보면, 북한 주민 2490만명 가운데 식량 부족과 영양 결핍 등으로 지원이 필요한 인구는 약 1800만명에 이른다.
유니세프가 진행하고 있는 어린이·임산부 대상 백신 접종과 설사·호흡기 감염병 등에 대한 필수의약품 지원, 영양실조 치료제 사업(350만달러)도 지원 대상으로 검토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를 보면, 북한의 5살 이하 어린이 사망률은 1천명당 25명(남한 3명)으로, 사망 원인 가운데 22%가 의약품만 있으면 치료가 가능한 급성호흡기질환과 설사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상황과 관련 없이 할 수 있다”며 “북한 미사일과 관련한 트랙과 인도주의적 트랙은 다르다. 저희도 고심했지만, 이 문제는 별개로 다루는 것이 맞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유화적 제스처로 해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정인환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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