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피겨 페어의 렴대옥-김주식 조가 29일(현지시간) 독일 오버스트도르프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혼 트로피'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렴대옥-김주식 조는 이날 종합 6위에 올라 자력으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연합뉴스
북한 선수가 피겨스케이팅 페어 부문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면서,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평창겨울올림픽이 북-미 간 날선 공방으로 긴장감이 최고조에 오른 한반도 정세를 누그러뜨리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 피겨 페어 종목의 렴대옥(18)-김주식(25) 조는 지난 9월29일(한국시각) 독일 오베르스트도르프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호른 트로피 대회에서 자신들의 역대 최고인 180.09점(쇼트 60.19점+프리 119.90점)을 얻으며 6위를 기록해 평창올림픽 티켓을 확보했다. 앞서 두 선수는 지난 2월 삿포로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낸 바 있다.
북한 선수 가운데 평창겨울올림픽 출전권을 자력으로 따낸 건 두 선수가 처음이다. 이로써 2014년 소치겨울올림픽 때 출전권이 없어 불참한 북한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 이후 8년 만에 겨울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북한은 헝가리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1차 월드컵에 남자 2명(최은성·김은혁)을 출전시키는 등 올림픽 티켓에 도전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1차에선 탈락했지만,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출전권은 앞으로 남은 2~4차 월드컵 성적까지 종합해서 결정된다. 특히 오는 11월 4차 월드컵은 서울 목동에서 열린다. 이 밖에 크로스컨트리에서 북한이 와일드카드를 받아 출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 선수가 출전 자격을 얻으면서, 평창겨울올림픽을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지렛대’로 삼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석할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피겨뿐 아니라 더 많은 선수단이 참석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9월21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평창올림픽) 개회식장에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뜨겁게 환영하는 남북 공동응원단, 세계인들의 환한 얼굴들을 상상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며, 북한의 평창겨울올림픽 참가를 촉구한 바 있다.
릴레함메르겨울올림픽을 앞둔 지난 1993년 10월 총회 결의(48/11호) 채택 이후, 유엔은 올림픽을 앞둔 해마다 올림픽·패럴림픽 개막 7일 전부터 폐막 7일 뒤까지 ‘올림픽 휴전’을 준수할 것을 회원국에 요청하는 결의를 채택해왔다. 우리 정부도 관례에 따라 ‘휴전 결의안’을 이미 유엔 총회에 제출한 상태다. 평창겨울올림픽은 내년 2월9~25일, 평창패럴림픽은 3월9~18일 열린다. 따라서 올림픽 개막 7일 전인 내년 2월2일부터 패럴림픽 패막 7일 후인 3월25일까지가 ‘올림픽 휴전’ 기간이 된다.
올림픽 참가에 부정적이었던 북한도 최근 태도를 바꾸는 모양새다.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9월16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이오시 총회 참석 당시 “정치와 올림픽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참가 자격이 된다면 참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한체육회 김용 사무처장은 “북한이 페어에서 출전권을 따 반갑다. (평창겨울올림픽에) 북한이 꼭 참석해 남북 화해 무드에 스포츠가 앞장섰으면 좋겠다. 다른 종목에서도 북한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인환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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