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본 원폭피해 부각 핵무기 관련 유엔 결의안 기권
자유한국당 “도저히 묵과 못해…기권 사태 책임 물어야”
외교부 “계속 찬성하다 2015년 박근혜 정부서 기권 결정”
자유한국당 “도저히 묵과 못해…기권 사태 책임 물어야”
외교부 “계속 찬성하다 2015년 박근혜 정부서 기권 결정”
30일 국회 국정감사 보이콧을 철회한 자유한국당은 지난 주말 유엔총회에서 우리 정부가 던진 핵무기 관련 2건의 기권표를 쟁점화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자유한국당은 참여정부 시절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에 기권했던 사례까지 다시 꺼내들었지만, 외교부는 이번 핵무기 관련 결의안 기권이 박근혜 정부 때부터 정해진 입장이라며 반박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과 의원총회 자리에서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전 담당)가 채택한 핵무기 관련 결의안 2건에 우리 정부가 기권한 것을 두고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기권 사태의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어떤 과정과 이유로 기권을 행사했는지 밝히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요구했다. 또 “이번 기권사태가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있던 2007년 11월20일 유엔의 대북인권 결의안을 북한의 김정일에게 결재받고 기권했다는 의혹의 시즌2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야당이 문제삼은 것은 일본이 발의한 ‘핵무기 완전한 폐기를 향한 새로운 의지의 단합된 행동’(L35호) 결의다. 지난 27일(현지시각)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미국 등 144개국이 찬성하고, 한국과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등 27개국이 기권한 가운데 채택됐다. 북한·중국·러시아·시리아 4개국은 반대표를 행사했다. 북핵 문제에 대한 비판도 담고 있는 결의안은 유엔총회가 세계 각국에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 효과적으로 행동하도록 촉구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1994년 처음 채택된 이후 한국 정부는 찬성 입장을 지켜왔으나,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일본이 원폭 피해자라는 문구(피폭자를 뜻하는 ‘히바쿠샤’)를 넣은 결의안을 상정한 이후 기권으로 입장을 바꿨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일본의 원폭 피해만 부각한다며 기권표를 행사했고, 현재 문재인 정부도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논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다. 정부가 기권한 것이 ‘북한 눈치보기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해당 결의는) 1994년부터 채택된 결의”라며 “2015년부터 정부가 기권으로 돌아선 바 있다”고 답했다.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북핵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미국이 결의안에 찬성한 것과 달리 정부가 기권한 것이 잘했다고 생각하느냐. 한-미 간 아무 문제가 없냐’고 지적하자 강 장관은 “그렇지 않음을 분명히 말한다. 현장에서 미국 등 주요국들과 분명히 충분히 논의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후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슷한 지적에 “(2015년부터 해당 결의안에) 일본이라는 특정국가의 피해만을 강조, 보편적 인권 보다는 일본 원폭피해만 강조돼 기권으로 2015년에 정부 입장을 변경했다”고 다시 설명했다.
정부는 ‘핵무기 금지 협약 강화를 통한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하여’(L19호) 결의에도 기권표를 던졌으나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 등 핵보유국들은 반대표를 던져, 정치공세 대상이 되는 것은 면했다.
김지은 김남일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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