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개념 인도까지 확장
한-미 정상회담서도 언급 강조
순방길 김현철 청 보좌관
“우린 편입될 필요 없어”
외교부는 반대 브리핑 ‘혼선’
청 “문 대통령 동의했단 말은 아냐”
한-미 정상회담서도 언급 강조
순방길 김현철 청 보좌관
“우린 편입될 필요 없어”
외교부는 반대 브리핑 ‘혼선’
청 “문 대통령 동의했단 말은 아냐”
동남아 순방길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각국과의 협력관계 강화를 뼈대로 한 ‘신남방정책’을 발표한 가운데, 미·일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구상’을 둘러싸고 때아닌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을 수행 중인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기자들에게 아세안이 전략적 요충지임을 설명하면서 “일본은 인도-호주-일본-미국을 연결하는 인도·태평양 라인을 구축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편입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처음 제안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 호응하고 있는 정책이다. 동북아와 동남아시아 중심이던 기존의 ‘아시아·태평양’ 개념을 인도까지 확장시켜, 중국의 압도적 영향력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양국이 지난 8일 내놓은 ‘한-미 공동언론발표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략)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축임을 강조하였다”는 대목이 있다.
하지만 김 보좌관의 발언에 대해 외교부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새로 제시한 전략(인도·태평양 구상)은 우리 정책방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혀, 정부 내 혼선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강조했던 내용을, 김 보좌관이 부정하는 모양새로 비친 것도 논란을 키웠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인도·태평양 구상에 참여해줄 것을 제안한 사실이 있다고 확인하면서, “문 대통령은 그것을 사실상 처음 듣는 개념이어서 그 부분을 공동언론발표문에는 빼는 걸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걸 강조했다는 것이지, 문 대통령이 동의했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균형 외교’를 강조하며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에서, 사드 배치 문제로 악화됐던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무게를 둔 태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10~11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오후 늦게 따로 자료를 내어 “최근 미국이 새로 제시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 개념은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외교 다변화 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있으나, 공동의 전략적 목표를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 적절한 지역 개념인지에 관해 좀 더 협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인도·태평양 구상과 거리를 두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정면 부정’하는 모양새는 피하려 한 것이다.
자카르타/김보협 기자, 정인환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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