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0일(현지시각)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서 대북 압박·제재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북한이 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초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제재 실효성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1987년 11월 발생한 대한항공(KAL)기 폭파 사고의 책임을 물어 두달 뒤인 1988년 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처음 지정했다.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무기수출 금지 △무기용으로 전용 가능한 이중용도 품목 수출 통제 △대외원조 금지 △무역·금융 등 추가 경제 제재 등의 조처가 부과됐다.
미국의 대북 제재는 제1차 북핵 위기를 해소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1994년 10월) 체결 이후 누그러지기 시작했지만, 조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관계가 악화한 2000년대 초중반 다시 강화 기조로 돌아섰다. 북한은 영변 핵발전소 냉각탑 폭파 등 비핵화가 상당 부분 진전된 뒤인 2008년 10월에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졌다.
정부 당국자는 “역대 최고 수준의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테러지원국 재지정으로 북한이 입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 쪽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라고 말하겠지만, 명분을 중시하는 북한으로선 ‘대북 적대시 정책 강화’를 상징하는 조치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도 “북한은 그간 북-미 대화의 전제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해왔다”며 “북한으로선 실효적 효과도 없는 테러지원국 재지정으로 미국이 ‘본심’을 드러낸 것으로 판단하고, ‘국가 핵무력 완성’이란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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