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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평창올림픽 대화 계기 삼으려면 쌍중단 적극 고려해야”

등록 2017-11-22 22:14수정 2017-11-22 22:31

외교·안보 싱크탱크 수장 4명에게 묻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왼쪽부터)과 손기웅 통일연구원장, 조병제 국립외교원장,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만나 한-미, 한-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에 대한 대담을 하기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왼쪽부터)과 손기웅 통일연구원장, 조병제 국립외교원장,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만나 한-미, 한-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에 대한 대담을 하기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깊어가는 북한 핵·미사일 위기 속에 한반도 정세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주변 각국의 외교전이 숨가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가 평양을 다녀왔고,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며 압박의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미, 한-중 정상회담과 다자무대를 넘나들며 분주한 11월 초순을 보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로 불거진 한-중 갈등을 ‘봉합’했고, 12월엔 방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지난 9월15일 이후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한 북한을 주시하며, 정부는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만들기’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한겨레>는 대표적인 외교·안보 싱크탱크 4곳의 수장을 불러 산적한 외교·안보 현안과 정세 전망을 물었다. 좌담은 지난 20일 이른 아침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2시간 남짓 진행됐으며,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 대담 이후 변화 상황은 전화와 전자우편 문답을 통해 보강했다.

북 테러지원국 재지정
트럼프는 뼛속까지 사업가
상징적이고 심리적인 조처
대화·협상 향한 마지막 압박

#참석자: 조병제 국립외교원장, 진창수 세종연구소장,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손기웅 통일연구원장

강태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특사로 방북한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면담 성사 여부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는데.

조병제 지난 약 2개월간 북한의 도발이 없던 소강기는 ‘그렇다는 사실’이었을 뿐, 그동안 북한의 진의가 변했다고 입증할 만한 증거는 없다. 김 위원장이 쑹타오 부장을 만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면, 북한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고 따라서 현재와 같은 제재와 압박 국면이 당분간 더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8년 10월 이후 9년 만에 다시 이루어진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도 이런 상황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조동호 김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면담을 안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면담 성사가 불확실한데도 특사를 파견했다. 북-중 간 치열한 물밑 기싸움이 진행된 듯하다. 미국은 실제 효과가 없는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통해 북한을 상징적이고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대화와 협상을 향한 마지막 (압박) 단계로 보인다.

손기웅 쑹 부장은 ‘쌍중단’(핵·미사일 시험과 한-미 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교환)를 중심으로 중국의 입장을 전달했을 것이다. 현재 김 위원장은 북-미 대화를 대비하며, 핵무력 완성에 전력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은 경청하되, 확답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고려에서 면담이 불발된 것으로 본다.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때 국회 연설에서 북한 인권상황을 거론했을 때 이미 예상됐던 결과다. 이와 별개로 북-미 대화를 위한 물밑 접촉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

강태호 지난 11월 초 숨가쁜 외교전이 이어졌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부터 해보자.

조병제 트럼프 대통령 방한 자체를 우리 시각에서 보면 예상외의 큰 성공이었다. 의제 면에서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던, 북핵 평화적 해결에 관한 원칙, 확장 억제를 포함한 대한 안보 공약, 한-미 동맹의 중요성 그리고 한-미 동맹에 대한 한국의 기여, 한국의 자체 억제력 강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부분은 다 얻었다.

진창수 무난했다. 한-미 양국의 차이점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조용한 형태로 조율을 해나갔다. 이번 회담을 통해, 결과적으로 북-미는 숨고르기 국면으로 들어간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군사적 옵션’ 언급을 자제했고, 북한도 아직까지는 도발하지 않는 국면으로 들어갔다. 지금부터 정부가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조동호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의 전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하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이 확장억제 의지를 밝힌 것은 우리로선 매우 중요하다. 국회 연설에선 북한의 인권을 언급하며, 인류 보편의 가치를 말했다. 정부로선 앞으로 남북 문제를 평화와 번영의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이 마련됐다고 평가한다.

시진핑 특사 김정은 면담 불발
김정은, 대화 대비하며 핵고도화
중국 입장 경청하되 확답 안할 것
북-미 물밑 접촉은 지속될 듯

강태호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는 ‘3불 정책’(사드 추가배치, 미사일방어 편입, 한-미-일 3국 군사동맹 불추진) 카드로 한-중 갈등을 ‘봉합’했다. 문 대통령은 ‘균형 외교’도 강조했는데.

조병제 3불 정책은 우리가 지금 하고 있고, 해야 하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균형 외교는 ‘균형있는 외교’를 뜻한다. 굳이 변화라고 할 필요도 없다. 우리로서는 국익 중심으로 원칙을 고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렵게 균형점을 찾으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는 외교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것을 관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진창수 한·중이 사드 문제로 어려움이 있었는데, 3불 정책으로 서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여전히 양국 간 인식의 차이는 있는 거 같다. 이에 대해 나름대로 합의할 수 있는 능력과 정책이 앞으로 중요할 것이다. 북-미 숨고르기 국면 아래서 중국도 역할을 하려고 한다. 정부도 이 기회를 통해 여러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조동호 지난달에 열린 중국 19차 당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시 주석의 절대적인 권력 장악이다. 대외 전략도 훨씬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한편으로는 제재하면서 한편으로는 대화를 끌어내려는 강온 양면전술을 쓸 것이다. 또 내부 권력 정지작업이 이뤄졌기 때문에 중국도 한국과의 관계를 풀어갈 필요가 있었고, 3불 정책이 그 계기가 됐다고 본다.

손기웅 3불 정책은 중국과 미국, 우리 정부 체면을 모두 살리는 역할을 했다. 중국 입장에서도 사드 철수를 더이상 거론할 수 없다는 국내적 환경도 잘 알기 때문에 추가 배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섭섭한 게 없을 것이다. 뒤집어 본다면 우리 정부도 사드 추가 배치라는 것은 국내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고, 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강태호 한-중, 미-중 간 갈등적 요소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사드 갈등을 ‘봉합’했다고 표현하는 건 아닌가?

조병제 사드가 들어온 이유가 북핵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란 게 우리 입장이다. 이게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한다는 게 중국 쪽 주장이다. 둘 다 입장을 바꾸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해결이 아니라 봉합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다. 양국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양쪽의 절박한 필요성에서 나왔기 때문에, 봉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부서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진창수 3불 정책은 정부의 기존 입장을 중국이 요구해서 다시 설명한 것이다. 아쉬운 점은 그걸 명확하게 정책으로 발표할 필요 없이 전략적 모호성을 가지는 게 우리의 국익에 도움되지 않느냐는 점이다. 하지만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균형 외교를 통해서 관련국에 잘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 평가
북핵 평화해결 원칙 확인 등
대부분 얻어내 예상 밖 큰 성공
북-미 숨고르기 국면 이어져

강태호 문 대통령이 12월 방중해 한-중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쌍중단 제안을 비롯한 중국 역할론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데.

진창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에 대해선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다. 북-중 국경 지역에서 제재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제재의 효과는 나타나지만, 그게 대화 국면으로 이어지느냐는 또다른 문제다.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대화의 계기로 삼으려 하는데, 이를 위해 쌍중단 문제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조동호 최근 들어온 정보가 있다. 북한 보위부 요원이 탈북자 가족을 찾아가 전화기를 주고 남조선에 간 친척한테 송금하라고 한단다. 그만큼 달러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뼛속까지 사업가다. ‘군사적 옵션’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대북 선제타격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다. 그 부정적인 영향은 일본·중국·아시아 경제로 연결될 것이고, 미국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결국 대화와 협상으로 갈 텐데, 그 시작은 포장을 어떻게 하든 간에 쌍중단으로 갈 수밖에 없다.

조병제 ‘60일 동안 북한이 도발 않으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 조셉 윤(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이 얼마 전 방한했다. 도발 중단의 시점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이 9월15일 이후 60일 넘게 조용해도 ‘도발 중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더라. 조금 도식적이라고 생각한다. 쌍중단도 일단 얘기가 시작되고 나면, 그다음에 협상을 할 여지가 많다. 좀더 신축적으로,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진창수 물론 북한의 도발 중단이 전제가 돼야겠지만,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유연성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그런데 미국의 지금 분위기로는 상당히 어렵다. 정부가 균형 외교라는 관점에서 중·일과 특히 유럽 국가들을 설득해 국제사회에서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손기웅 한-미 군사훈련은 이미 수십년 해왔다. 한-미 간의 문제고, 북핵과는 사실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문제다. 그럼에도 북한이 쌍중단을 받아들여 대화와 협상이 된다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다. 하지만 언제까지 한-미 군사훈련을 안 할 것인지 신중해야 한다. 군사훈련을 재개하면 북한이 언제든지 판을 걷어찰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쌍중단을 주장하는 이유는 한-미 군사훈련이 북한이 아닌 중국을 겨냥했다고 보기 때문이란 측면도 있다.

사드봉합·3불정책·균형외교
사드 인식차 있지만 접점 찾아
한·미·중 3국 체면 모두 살린셈
국익 중심 관철해 나가는게 중요

강태호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상호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대화 국면으로 들어서는 계기로 삼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손기웅 북한은 북-미 대화나 물밑 접촉을 하든 말든 핵기술 고도화를 끊임없이 추진할 것으로 본다. 다만 그 과정에서 평창올림픽에는 분명히 참석할 것이다. 잘 차려진 올림픽이란 무대를 활용해 평화 공세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면적 차원에서 대화 가능성에 잘 대비해야 한다.

조병제 북한이 불참한다고 해서 평화 올림픽이 안 되는 건 아니다. 평창올림픽 2년 뒤엔 도쿄여름올림픽, 2022년엔 베이징겨울올림픽이 열린다. 2년 터울로 스포츠 제전이 동북아 3국에서 이어진다. 우리가 평창을 평화와 화합의 장으로 만들면 도쿄와 베이징으로 번지게 된다. 동북아에서 평화와 안정, 협력의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문 대통령이 12월 방중하고, 1월쯤 일본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이렇게 결집된 의지가 평창에서 3국 정상의 재회합으로 이어지도록 역량을 결집하면 좋겠다.

평창올림픽 대화 계기로
동북아 평화협력 고조시킬 기회
북, 평화무대 평창올림픽에 올 것
정부 다면적 차원 대화 대비해야

강태호 출범 6개월을 넘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총평과 제언도 부탁한다.

조동호 초기에 물려받은 어려운 대내외 환경과 보수 진영에서 제기했던 우려를 감안하면 지난 6개월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다만 대외환경의 변화에 대한 고려가 좀더 필요해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대외정책 선회에 맞서기 위한 우리 외교의 미래가 무엇이냐 하는 큰 그림 아래서 가야 한다.

진창수 크게 잘못한 것도, 크게 잘한 것도 없다. 무난하게 하고 있다고 본다. 국제사회가 워낙 빠르게 돌아가고 있으니, 좀더 주의를 해줬으면 좋겠다. 압박할 때는 압박하고 대화할 때는 대화하면 된다. 압박과 대화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전략외교를 하기 위해선 국민들과 각을 세워야 할 때도 있고, 국민을 설득해야 할 때도 있다. 항상 국민 의향 맞춰서 외교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진행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정리 정인환 김지은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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