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탈북한 병사가 지프 차량을 몰고 ‘72시간 다리’를 달리고 있다. 유엔군사령부 제공 영상 갈무리
유엔군사령부가 22일 공개한 북한군 탈북 영상에는 긴박했던 13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공개된 폐회로티브이(CCTV) 영상은 애초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14일 사건을 파악했다고 밝힌 ‘13일 오후 3시14분’보다 3분 앞선 시점부터 탈북 병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병사가 탄 검은색 군용 지프는 논밭 사이로 난 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려 ‘72시간 다리’로 향했다. 북한군이 언제 이 사태를 파악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북한군 병사들은 차량이 검문소 건물을 지나치자 급히 뛰어나온다. 판문점 서쪽에 위치한 72시간 다리는 ‘사천’에 놓인 다리로, 1976년 북한군이 72시간 만에 건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리를 건넌 탈북병의 차량은 북한 공동경비구역의 김일성 친필비 앞에서 급히 우회전을 한 뒤 군사분계선을 코앞에 두고 전진하지 못했다. 군사분계선 북쪽 10m 지점에서 배수로에 바퀴가 빠진 것이었다.
② 판문각에서 차량으로 달려가는 북한군들. 유엔군사령부 제공 영상 갈무리
이어진 영상에는 북쪽의 판문각과 인근 초소에 있던 북한군 4명이 놀란 듯 황급하게 차량 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찍혔다. 탈북병이 차량에서 내려 군사분계선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을 때에는 추격해온 북한군들이 5~6m까지 접근하는 아찔한 장면도 연출됐다. 추격조는 군사분계선을 넘은 탈북병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에이케이(AK) 소총을 든 1명은 즉시 엎드려서 조준 사격을 했고 나머지 3명은 좌우에서 앉거나 선 자세로 권총을 쐈다. 합참은 추격조가 이때 실탄 40여발을 쐈다고 밝혔다.
③ 북한 병사가 지프 차량에서 내려 달아나고 있다. 유엔군사령부 제공 영상 갈무리
‘엎드려쏴’ 자세로 총을 쐈던 북한군은 탈북병을 쫓아 한순간 군사분계선을 넘는다. 이를 확인하고 당황한 듯 그가 서둘러 북쪽으로 되돌아가 건물 모서리 뒤로 사라지는 모습도 찍혔다. 그가 군사분계선 남쪽에 머무른 시간은 4~5초가량 되는 것으로 보인다. 유엔사는 북한군이 남쪽을 향해 총을 쏜 행위와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행위를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④ 무장한 북한군 1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다가 황급히 북쪽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유엔군사령부 제공 영상 갈무리
이날 영상 공개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일부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의 총탄이 남쪽으로 넘어온 게 맞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당일 기자들과 만나 “피탄 자국은 아직 확인된 게 없다”고 했던 군 관계자와 엇박자를 보인 바 있다.
영상의 마지막은 한국군 경비대대 간부 3명이 공동경비구역 건물벽 아래 낙엽 더미에 쓰러져 있는 탈북병을 후송하는 장면이 담겼다. 열상감시장비(TOD)로 찍어 흰색의 열신호로 보이는 한국군 경비대대장과 부사관 2명은 낮은 자세로 탈북병을 향해 다가간다. 경비대대장이 멈춘 가운데 부사관 2명이 포복으로 전진해 탈북병을 끌어서 대대장이 있는 곳으로 오고, 이들은 재빨리 탈북병을 차량에 탑승시켰다. 경비대대장이 구조 현장에 없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⑤ 우리 군 경비대대 장병들이 공동경비구역 건물 벽 아래 쓰러져 있는 탈북 병사에게 낮은 자세로 접근하고 있는 열상감시장비 장면. 유엔군사령부 제공 영상 갈무리
이날 조사 결과를 발표한 채드 캐럴 유엔사 대변인은 당시 한국군 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가 ‘대응사격’을 하지 않은 데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유엔사는) 갈등을 고조시키지 않고 마무리한 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 소속 한국군 대대장의 전략적인 판단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또 유엔사는 “유엔군 소속 경비대대 인력의 대응은 비무장지대를 존중하고 교전 발생을 방지하는 정전협정 협정문 및 그 정신에 입각해 이뤄졌음을 알린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한국과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쪽 관계자들로 구성된 유엔사 특별조사팀에서 조사를 해왔다. 모든 조사 과정은 스웨덴과 스위스 쪽 중립국감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켜봤다고 유엔사는 밝혔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