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4일(현지시각)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북 의향에 대한 질문에 “이익이 된다면 언제라도 어디에도 갈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적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대화 중재를 위해 필요하다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구테흐스 총장은 14일(이하 현지시각) 일본프레스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 모두가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오해와 실수로 빚어진 상황이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는 전쟁으로 빨려드는 상황은 누구도 원치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보편적 의료보장 포럼’ 참석을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전날 밤 일본 도쿄에 도착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32분 남짓 진행된 회견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아홉차례나 강조했다. 그는 “외교에는 목적이 있어야 하며, 우리의 목적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평화적 방식으로 달성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대화”라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언급한 ‘조건 없는 북미 대화’에 대해 묻는 질문에도 “중요한 것은 대화가 의미있게 이뤄져야 하며, 반드시 대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대화의) 목적은 한반도 비핵화이며, 비핵화는 평화적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 5~9일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이 방북해 리수용 북한 외무상 등 주요 인사들을 만난 바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펠트먼 차장의 방북 성과를 묻는 질문에 “사려 깊은 외교를 하다 보면 직접적인 결과를 가늠하기가 어렵다”며 “상황이 급박하며, 조속히 의미있는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펠트먼 차장을 통해 북쪽이 방북 초청을 했는지 여부를 묻는 말엔 직답을 피한 채 “북한은 펠트먼 차장을 초청했고, 여러 상황을 따져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방북했던 것”이라고만 답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어 “직접 방북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언제, 어디든, 필요하다면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저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 얼굴이나 비치는 게 목적이 아니다”라며 “모든 당사국이 동의할 때,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할 때 (방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유엔은) 언제든 나설 수 있다”며 “하지만 (북-미) 양쪽이 우리의 중재를 받아들일 때만 중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을 방문한 펠트먼 사무차장은 14일 유엔본부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북한에 두가지 형태의 소통을 얘기했다”며 군사당국 간 대화를 포함한 남북 간 채널의 재개, 평창겨울올림픽 참가 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대화의 중요성과 함께 북핵 문제를 평화적,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수준의 소통을 북에 강조했다”고 설명했고, 북한이 평창겨울올림픽 참가 제안에 대해 “주의 깊게 경청했고 질문도 하고 받아적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참가 여부에 대해선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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