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9월 15일 오후 부산 사하구 다대동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열린 망경봉 92호 환송식에서 시민들이 한반도기를 흔들어 주고 있다. 부산/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평창겨울올림픽 축하 공연을 하기로 한 북한 예술단이 ‘만경봉 92호’를 타고 6일 오후 5시께 강원 동해시 묵호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발표한 5·24 조치는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및 입항을 금지하고 있지만, 정부는 평창올림픽 기간 이를 유예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과 북을 잇는 땅길과 하늘길이 열린 데 이어 뱃길까지 열리게 됐다.
통일부는 5일 밤 자료를 내어 “만경봉 92호가 6일 오전 9시30분께 동해해상경계선 특정 지점에서부터 우리 호송함의 안내를 받아 묵호항으로 입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는 8일 북쪽 예술단이 공연을 하게 될 강릉아트센터와 묵호항은 약 40km 떨어져 있지만, 접안시설 규모와 이동의 편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앞서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북측이 어제(4일) 통지문을 통해 6일 예술단 본진이 만경봉 92호를 이용하여 방남하고 예술단의 숙식 장소로 이용할 예정임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애초 북한은 예술단의 방남 경로로 판문점을 제시했다가 경의선 육로를 이용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바 있다. 본대에 앞서 5일 방남한 예술단 선발대 23명은 예정대로 경의선 육로를 거쳐 내려왔다.
정부는 그동안 북쪽 대표단이 배편으로 방남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제재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해왔다. 5·24 조치에 따라 북한 선박은 우리 해역에서 운항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5·24 조치가 통일부 장관의 구두 발표로 이뤄진 ‘임의 조처’라는 점에 착안해, 다른 법절차 없이 통일부 장관이 유예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5·24 조치는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에 대응해 2010년 발표한 대북 제재 조처다.
백 대변인은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5·24 조치에 예외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미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제재에 저촉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경봉 92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뿐 아니라 우리 정부나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도 아니다.
북쪽이 “(만경봉호 이용은) 강릉 공연 기간 동안에 숙식의 편리를 위한 것”이라고 밝혀, 삼지연관현악단으로 구성된 140여명 규모의 북쪽 예술단은 오는 8일 강릉아트센터 공연 때까지 만경봉호에서 숙식을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만경봉 92호는 2002년 9월 부산아시안게임 때 북한 응원단 300여명이 썼던 숙소이기도 하다. 북한 예술단은 이후 11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공연을 위해 열차편으로 서울로 이동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이 지난달 22일 방문한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 묵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쪽이) 서울공연 때는 예술단 선발대가 이미 점검했던 워커힐호텔에서 숙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판문점 채널을 통해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돌아갈지 여부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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