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오후 5시 30분께 남쪽을 방문하는 북한 예술단이 전날 평양을 출발하는 모습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예술단을 인솔하는 권혁봉 문화성 국장을 악수로 배웅하는 모습. 연합뉴스
10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북 고위급 대표단의 만남은 남과 북이 ‘속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전면 복원에 나선다는 점에선 남북 간 이견이 없지만, ‘평창 이후’에 대해선 아직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 고위급 대표단은 9일 오후 1시30분께 전용기 편으로 서해직항로를 이용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이 공항에서 북쪽 대표단을 영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이 주최하는 리셉션에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만큼, 김 상임위원장도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첫 대면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북 대표단의 의미있는 만남은 10일 이뤄진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북 대표단을 접견하고,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김 상임위원장이 형식상 ‘국가수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상에 준하는 격식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청와대 참모와 통일·외교·안보 관련 장관이 김 상임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북쪽 대표단과 마주 앉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접견 및 오찬 장소는 청와대가 유력하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도 대표단원의 일원으로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된다.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 등 공식 메시지가 있다면 김 상임위원장이 전달할 테지만, 김 위원장의 ‘심중’은 김 부부장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전해질 가능성이 크다. 북 고위급 대표단은 2박3일의 남쪽 일정 뒤 11일 전용기를 타고 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청와대 쪽은 공식적으론 “이제 첫 만남인데 바로 깊숙한 대화를 할 수 있겠느냐”며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는) 모든 의제에 관해 터놓고 얘기할 준비가 돼 있다. 문제는 상대방이다”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메신저’ 이상의 재량권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부로선 남북관계는 물론 북핵 문제와 북-미 대화까지 대화의 폭을 넓힐 의지가 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이 이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한정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등을 만나 평창올림픽을 기회로 북한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평창 이후 북한과의 대화 지속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로 연결을 강조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북쪽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쪽이 김 부부장까지 보낸 것은 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 입장에선 북-미가 접촉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이번 올림픽은 정부가 북-미 간 물밑접촉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과 북한이 원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묘수를 어떻게 두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애당초 이번 올림픽 기간 중에 미국을 만날 기대도, 생각도 없었다. 김 부부장도 정치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미국은 이번 올림픽을 대화나 접촉의 계기로 삼기보다, ‘최대의 압박’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모양새”라며 “북한도 이를 읽고 대화에 관심이 없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조영삼 북 외무성 국장은 7일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미 접촉 가능성을 묻는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한 적이 없다. 남조선 방문 기간 미국 쪽과 만날 의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안보리 결의 2356호의 ‘여행 금지’ 대상인 최휘 북한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의 제재 면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안보리는 “결의의 목표와 일치하는 다른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제재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가운데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나라가 없으면 최 위원장은 이번 방남에 한해 제재를 일시 유예받게 된다.
김보협 정인환 김지은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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