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일 북한 외무성 부국장(맨 앞)이 25일 오전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으로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해 차에 오르고 있다. 도라산/사진공동취재단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한 2차 고위급 대표단에 외무성 당국자가 포함돼, 방남 기간 중 북-미 접촉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일부는 25일 방남한 북쪽 고위급 대표단에 최강일 외무성 부국장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북 외무성 대미외교 담당자인 최 부국장은 과거 6자회담의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에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폐기하는 원칙에 합의한 6자회담의 9·19 공동선언(2005년)의 이행 계획을 담은 2·13 합의(2007년)는 △한반도 비핵화 △북-미 관계 정상화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등 5개 실무그룹을 두고 있다.
앞서 최 부국장은 지난해 9월11~13일 스위스에서 열린 동북아 안보 관련 반관반민(1.5트랙) 국제회의에 참석해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 등과 접촉한 바 있다. 당시 최 부국장은 귀국길에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외신들과 만나 “미국이 우리를 적대시하고 핵으로 위협을 하는 한 우리는 핵무기와 미사일을 절대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먼저 적대정책과 제재를 중단해야 대화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 쪽에서도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이 이방카 트럼프 보좌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방한한 상태다. 후커 보좌관은 2014년 11월 제임스 클래퍼 당시 국가정보국장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해 방북해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 김원홍 당시 국가안전보위부장 등과 협상할 때 수행원 자격으로 참여한 바 있다.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의 문제’로 보는 북한은 그간 남북대화 과정에서 국제관계를 다루는 외무성을 철저히 배제해왔다. 외무성이 전면에 나서면 통일을 지향해야 할 남북관계가 자칫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비칠 수 있는 탓이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관계에 외무성 인사가 등장한 것 자체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북-미 접촉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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