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수석 대북특사가 지난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4월 말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이 공개적인 언급을 일체 피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북 관영매체의 대미 비난 수위는 눈에 띄게 낮아졌다.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쪽 관영매체는 지난 5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남쪽 특별사절단을 접견하고 만찬을 함께했다는 소식을 이튿날 보도한 이후, 13일까지 관련 보도를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 자리에서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는 내용도 아직까지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그나마 관련 소식을 전한 것은 대외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유일하다. 이 매체는 12일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조미정상회담에 대한 몇가지 단상’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은 북한이 ‘국가핵무력 완성’을 통해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 매체는 지난 10일에도 인터넷판에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분단의 주범인 미국이 일삼아온 북침전쟁 소동에 영원한 종지부를 찍는 평화 담판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올렸다가, 이튿날 돌연 삭제한 바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각)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뭔가를 듣기를 기대하지만, 북한으로부터 직접 어떤 것도 듣지 못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 모두 개최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북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후속 협의가 이뤄지면 자연스레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미국이 쏘아올린 무역전쟁의 신호탄’이란 제목의 미국을 비판하는 논평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비난이나 욕설 없이 ‘미 집권자’라고 지칭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북-미가 ‘말의 전쟁’을 벌일 때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늙다리 전쟁광’, ‘테러왕초’ 등으로 부른 것에 비춰 대단히 순화된 표현이다. <노동신문>이 가장 최근에 트럼프 대통령을 ‘미 집권자’로 부른 것은 지난 1월30일치 6면에 실린 ‘미국의 몰락은 필연이다’란 제목의 개인 필명 논평으로, 신문은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미치광이’, ‘불망나니’ 등으로 비난한 바 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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