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각국 기자들이 남북정상회담 모습을 생중계로 보며 박수를 치거나 영상을 찍고 있다. 고양/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00년과 2007년에 이어 11년 만에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은 27일 오전 9시29분, 한국을 포함해 38개국, 3071명의 기자가 모인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의 메인프레스센터에서도 박수가 터져나왔다. 국내 취재진을 제외하고도 198개 국외 언론사에서 929명이 취재 등록을 했을 정도로, 세계 언론이 함께 지켜본 순간이었다.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외신기자들은 하나같이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남쪽과 북쪽 땅을 번갈아 밟는 모습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캐나다 <글로브 앤 메일>의 네이선 밴더클리프 기자는 “두 정상이 오전에 몸으로 보여준 ‘보디랭귀지’는 장관이었다. 남과 북이 많이 가까워졌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홍콩 주간지 <주간봉황>의 치페이 기자도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었다. 첫 발걸음으로 통일을 이루긴 어렵겠지만, 궁극적으로 통일로 다가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에서 왔다는 제임스 칼루 <디플로마 매거진> 기자는 “모든 과정이 감동적이었지만, 이 정상회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두 정상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프레스센터가 출렁였다. 김 위원장이 오전 회담에 들어가기 전 머리발언에서 “평양냉면을 가져왔다. 멀리 온… 멀다고 말하면 안 되갔구나”라고 건넨 농담에 기자들도 함께 웃었고, ‘판문점 선언’ 발표에 앞서 두 정상이 끌어안을 때는 “오!” 하는 탄성이 터졌다. 한국 입양인 관련 미국 잡지사에서 일하는 스티븐 워로우 기자는 “김 위원장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고, 그도 ‘평범한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평가했다. 중국 베이징에 주재하며 여러번 평양 취재를 다녀왔다는 마쓰모토 야스지 <교도통신> 기자는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농담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은 ‘최고영도자’로 신성시되는 평양에선 볼 수 없는 장면”이라며 “평양냉면에 대한 농담이나, (북한 포격 위험 때문에) 연평도에서 불안해하는 사람이 없어지면 좋겠다는 발언 등을 보면, 한국 쪽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파악해 준비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터키 출신 시나시 알파고 <자만 아메리카> 기자는 “북한이 이번 회담을 통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북한 취재진이 자아낸 돌발 상황도 각국 언론의 흥미를 끌었다. 돌발 상황은 두 정상이 오전 회담을 위해 남쪽 평화의집에 들어선 뒤 한쪽 벽에 걸린 ‘북한산’ 그림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할 때 벌어졌다. 두 정상을 비춰야 할 생중계 카메라 화면이 북한 사진기자의 엉덩이에 통째로 가려지는 상황이 발생하자, 프레스센터는 웃음소리로 들썩였다. 일본 <아사히신문> 가미야 다케시 기자는 “북한 기자들은 이런 시스템을 잘 모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유경 최민영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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