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한겨레 자료사진
남북고위급회담 북쪽 단장(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7일 “북남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중통)이 보도했다.
리 위원장은 이날 북쪽의 고위급회담 ‘중지’(연기) 통보와 관련해 <중통> 기자와의 인터뷰 형식을 빌려 “차후 북남관계의 방향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리 위원장의 이런 주장은 남쪽 정부가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맥스선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반김정은’ 언행과 관련해 남쪽 정부에 ‘조처’를 취하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실제 리 위원장은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의 그 어느 조항, 어느 문구에 상대방을 노린 침략전쟁 연습을 최대 규모로 벌려 놓으며 인간쓰레기들을 내세워 비방 중상의 도수를 더 높이기로 한 것이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앞서 16일 오전 0시30분 리 위원장은 맥스선더 훈련을 문제 삼아 16일로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을 ‘연기’한다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을 고위급회담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 앞으로 보내온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중통>은 “남조선에서 무분별한 북침 전쟁 소동과 대결 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하에서 16일로 예견된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맥스선더 훈련과 태 전 공사의 발언을 문제삼은 바 있다. 이어 북쪽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의 형식을 빌려, “일방적 핵포기만 강요하려 든다면… 조미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미국을 겨낭해 ‘불만’을 드러냈다. 리 위원장의 <중통> 인터뷰 발언은, 1차적으로 북-미 정상회담(6월12일 싱가포르) 준비 차원에서 22일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좀더 적극적으로 설득과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성동격서식 압박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정세에 비춰 리 위원장의 남쪽 비난 수위가 높은 점을 들어, ‘우리(북)는 모든 것을 걸고 정세를 돌파하려 하는데 남쪽의 인식과 태도가 너무 안이하다’는 불만 표출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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