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25일로 예고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북부핵시험장’ 폐기 현장 취재에 나설 남쪽 기자단 명단을 접수하지 않았다고 통일부가 18일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5시께 “정부는 오늘(18일) 북쪽의 초청에 따라 23~25일 사이에 예정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우리 쪽 기자단 명단을 판문점을 통해 북쪽에 통지하려고 하였으나, 북쪽은 통지문을 접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쪽에서 접수하지 않은 이유 등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일단 북쪽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 공개 일정 자체를 취소할 생각으로 남쪽 취재진의 명단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닌 듯하다. 정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 언론사의 방북 취재와 관련한 북쪽과의 협의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12일 북쪽은 ‘외무성 공보’를 통해 한국·미국·중국·영국·러시아 등 5개국 언론에 핵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사정 탓에 북쪽의 이날 명단 접수 거부는, 한-미 연합 ‘맥스선더’ 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반(反) 김정은’ 언행 등을 문제 삼아 16일 남북고위급회담을 연기하고, 북쪽 회담 단장(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17일 <조선중앙통신> 인터뷰 형식을 빌려 남쪽 정부를 비난한 태도의 연장선에 있으리라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쪽이 핵실험장 폐기 현장 공개 대상에서 한국 언론을 아예 빼려고 하는지 아닌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쪽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 일단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주말에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한다는 남북의 합의는 아직 없지만, 상황에 따라 방북 취재진 명단 통보를 다시 시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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