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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김정은 ‘핵무력 산실’ 파괴, 북미정상회담 선제조처 했지만…

등록 2018-05-24 23:35수정 2018-05-25 00:31

남북 정상 판문점 합의 이행
트럼프에 비핵화 ‘실물’ 안기며
추가 핵실험 물리적 기반 없애
‘미래 핵’ 제거 선제 조처 단행
트럼프 회담 취소에 앞날 예측불허
북한이 예고한 대로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 계곡의 ‘북부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진행했다. 동북아시아는 물론 세계 비확산 체제를 뿌리부터 흔들어온 ‘북한 핵무력’의 산실이라 할 핵실험장을 스스로 파괴한 것이다.

북쪽의 풍계리 핵실험장 ‘자진 파괴’는 무엇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할 디딤돌을 놓는다는 데 가장 큰 현실적 의미가 있었다. 실제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린다면, 그 결과는 최소한 ‘절반 이상은 성공’이리라는 게 나라 안팎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하지만 핵실험장 폐기에 앞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강경 발언을 정조준해 ‘회담 재고’ 엄포를 놓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담화’가, 다 차려진 밥상이 뒤엎어지는 빌미가 됐다. ‘말’이 ‘행동’을 잡아먹은 꼴이다. 북쪽의 ‘계산 착오’인지, 2주 가까이 중단됐다는 북-미 간 물밑 협상 과정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결정적 장애물이 돌출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애초 북쪽의 핵실험장 ‘자진 파괴’는 정상회담을 앞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한테 중대한 정치적 자산을 안겨줄 ‘호재’였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전략적 목표와 관련해 의미있는 ‘실물’을 챙긴 셈이어서다. 이는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세계전략과 외교안보 분야에 무지한 트럼프가 장삿속으로 김정은과 회담하다 크게 당할 것’이라는 워싱턴 주류세력의 견제와 반발에 시달려온 트럼프 대통령한테 결코 적지 않은 자산이다.

김 위원장으로선 “조선에 대한 적대시 정책과 안보 위협을 없애기만 한다면 조선은 핵을 가질 필요가 없고 비핵화는 실현 가능하다”(7~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다롄회담’)거나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입증하는 실천 행위다. 그만큼 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을 의심해온 국제사회의 시선과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당장 미국의 저명한 핵·미사일 전문가인 데이비드 라이트는 <뉴욕 타임스>에 “풍계리 폐쇄가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매우 의미있고 극적인 행위임엔 틀림이 없다”고 긍정 평가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3차 전원회의(4월20일)에서 ‘경제·핵 건설 병진노선’이 역사적 과업을 달성했다며 사실상 ‘군사 선행 노선’의 폐기를 선언했다. 이와 관련한 실천 조처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4월21일부터)와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라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방침을 천명했다. 그러고는 문재인 대통령과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5월 중 핵실험장 폐기+한·미 전문가·언론인 초청’ 계획을, 12일엔 ‘외무성 공보’를 통해 ‘23~25일 폐기 의식 진행+한·미·중·영·러 5개국 취재진 현장 초청·취재지원’ 방침을 밝혔다. 24일 핵실험장 ‘자진 파괴’ 조처는 4·20 전원회의의 ‘병진노선 종료’ 선언과 ‘사회주의 경제 건설 총력집중’이라는 새 전략 노선 채택이 실천을 전제로 한 진지한 ‘노선 전환’임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의미도 있다. 강경호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이 ‘폐기 의식’을 현장에서 취재한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 취재진한테 “풍계리 외에 다른 핵실험장·갱도는 없다. 우리는 핵개발 과정에서 이란·시리아와 협력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도, ‘진정성’을 믿어달라는 국제사회를 향한 호소에 다름 아니다.

비확산의 기술적 측면에서 보자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북한의 ‘미래 핵’을 제거하는 핵심 조처의 하나다. ‘핵무력’의 유지·향상엔 꾸준한 핵실험이 필수인데, 핵실험장 폐기로 ‘추가 핵실험’의 물리적 기반을 없애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발표한 ‘판문점 선언’의 “완전한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완전한 비핵화의 궁극적 목표이자 핵심이라 할 ‘과거 핵’(핵무기) 폐기 여부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세기의 담판에 달린 문제라는 게 나라 안팎 전문가들의 대체적 지적이었다. 달리 보자면, 김 위원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대북 적대시 정책과 안보 위협 해소’, 곧 체제안전 확보를 통해 북한이 국제경제 질서에 합류할 길이 제시되느냐에 달린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만나기에 부적절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로, 세기의 담판의 기회는 일단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올해 들어 숱한 전략적 결단을 한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과 관련해 마음이 바뀐다면 내게 (편지를) 쓰거나 전화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단서’를 실마리 삼아 꺼져가는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릴지 주목된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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