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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취소’ 발표뒤 ‘즉각 담화’ 김정은, 트럼프에 편지도 보낼까

등록 2018-05-25 15:52수정 2018-05-25 23:12

북, 정상회담 취소 통보 뒤 8시간30분만에 정중한 담화
“트럼프 방식 기대했다”며 ‘만나서 얘기하자’고 역제안도
일각 “아직 살아있는 불”…김 위원장 답신 보낼 가능성
4월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 때 마술쇼를 보며 웃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습.  한국공동사진기자단
4월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 때 마술쇼를 보며 웃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습.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결정과 이후 행보를 두고, ‘한참 협상하다 안 산다고 돌아서며 생각이 바뀌면 전화하라고 명함을 건네는 부동산 장사꾼식 밀당’이라는 평가가 많다. 유일 초강대국을 이끄는 ‘절대 강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벼랑끝 전술에, 외교 협상에 관한 한 ‘벼랑끝 전술의 달인’으로 불려온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떻게 대응할까?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야 편지 통보’에 김 위원장은 일단 벼랑끝 전술 맞대응은 피했다. 오히려 25일 이른 아침, “위임에 따라” 발표했다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담화)를 통해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태는…수뇌상봉(정상회담)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반응했다. 위임의 주체를 적시하진 않았지만, 북한의 어법 해석에 정통한 전직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뜻에 따라 북쪽의 공식 견해를 밝힌 담화”라고 풀이했다.

북쪽으로선 전례없이 정중한 담화의 내용과 신속한 발표는 김 위원장의 초기 대응 기조를 반영한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담화 발표의 속도가 중요하다”며 “심야인데도 이렇게 빠른 결정을 했다는 건 김 위원장의 가는 길이 이미 결정돼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신속 대응의 속내는 담화 내용으로 유추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의 이유로 콕 집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담화(24일)’를, 담화는 “미국쪽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고 자평했다. ‘감정적 반발’일뿐 다른 심각한 뜻은 없다는 해명이다. 그러고는 “조미수뇌상봉을 취소하겠다는 공식 입장 발표”가 “우리로서는 뜻밖의 일”이라며 당혹스러움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담화는 ‘트럼프 띄우기’에 공을 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을 내심 높이 평가해왔다”거나 “‘트럼프방식’에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는 표현은 짐짓 노골적이다. “우리 (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좋은 시작을 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시면서 그를 위한 준비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오시였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당신의 마음이 바뀐다면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쓰는 데 주저하지 말라”(회담 취소 통보 편지)거나 “기존의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고, 나중에 열릴 수도 있다. 김정은이 건설적 대화와 행동에 임하기로 한다면, 그럴 때를 나는 기다리고 있다”(24일 경제관련법 서명식)는 메시지에 대한 김 위원장의 1차 ‘응답’이다.

결론적으로 북쪽의 담화는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쪽에 다시금 밝힌다”며 ‘일단 만나자’고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9일 방북했을 때, 지난주에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 준비 실무회담을 하기로 했는데 북한은 아무 말도 없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백악관 고위 관계자의 진술에 비춰, 북쪽의 때늦었지만 의미 있는 태도 변화다.

북-미 정상회담은 “아직 살아 있는 불”(외교안보 분야 고위관계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쪽의 25일 담화 발표로 바로 마음을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전직 고위관계자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서 (회담 취소 통보) 편지를 보냈으니까, 정상회담의 길을 열려면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답해 트럼프의 체면을 세워줄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 까닭이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한테 편지를 쓸까, 쓴다면 얼마나 빨리 쓸까?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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