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방·북한

[실시간 풍계리 취재] “긴장 풀고 있었는데…우리가 점심 먹은 곳도 폭파”

등록 2018-05-25 16:08수정 2018-05-25 23:35

④ 풍계리 요모조모 (feat.외신기자) 편
인터넷 연결 없던 48시간, 국제 기자단 뭐했나
갱도 폭파 후 돌아오는 열차에서 북-미회담 취소 소식
“어색하고 불편했다. 북 관계자는 일어나 자리 떠”
“만탑산 폭포·계곡·초목 아름다워”…열차선 특선요리
《24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에 간 외신기자들이 25일 원산에 도착한 뒤 온라인으로 전해 온 ‘취재기록’를 모아 전해드립니다.》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핵실험이 5차례 이뤄진 북쪽 갱도를 폭파하기 전과 후의 모습.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핵실험이 5차례 이뤄진 북쪽 갱도를 폭파하기 전과 후의 모습.
23일부터 1박2일 동안 풍계리 핵실험장이 있는 만탑산 계곡에 다녀온 국제 기자단은 25일 새벽 원산 갈마호텔로 돌아왔습니다. 기자단은 23일 저녁 7시 원산에서 전용열차를 타고 출발해, 24일 11시께 첫 폭파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대략 6시간 동안 폭파가 이어졌고, 이들은 다시 열차를 타고 25일 새벽 원산에 돌아왔습니다. 핵실험장으로 이동하고 돌아올 때, 풍계리 현지에서는 인터넷 연결 등이 어려웠는데요. 국제 기자단이 원산에 돌아와 공개한 ‘풍계리 48시간’을 소개합니다.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북쪽 갱도 막사가 폭파되기 전과 후의 모습.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북쪽 갱도 막사가 폭파되기 전과 후의 모습.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는 핵실험이 5차례 이뤄진 북쪽 갱도(2번) 폭파 ‘비포 앤 애프터’(전과 후)를 비교하는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폭파 전 갱도 입구에는 나무로 된 아치형 문이 달려 있지만, 폭발물이 터진 뒤에는 그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산산히 부서졌습니다. 북쪽 갱도 쪽에 설치된 막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막사로 쓰인 목조건물도 폭파 뒤에는 골격이 모두 사라지고 ‘나무 막대기 무덤’으로 변했습니다.

_________
갱도 폭파 직전… “여기는 풍계리 입니다”

북쪽(2번) 갱도 앞. 세미온 센더로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북쪽(2번) 갱도 앞. 세미온 센더로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24일 오전 8시30분께 국제 기자단은 풍계리 핵실험장에 있는 4개 갱도 가운데 3곳을 둘러봤습니다. 북한은 기자들에게 폭파 전 갱도 안 모습이 어떤지 두루 보여줬다고 합니다. 기자들은 노란 안전모를 쓰고, 갱도 안팎의 모습을 둘러보며 취재하고, 영상과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세미온 센더로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세미온 센더로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이에 앞서 북한 핵무기 연구소 부소장은 기자들에게 ‘북부핵시험장(풍계리 핵실험장)의 폐기 방법과 순차(순서)’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서쪽(4번) 갱도와 갱도 안에 폭발물이 설치된 모습.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서쪽(4번) 갱도와 갱도 안에 폭발물이 설치된 모습.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이고르 즈다노프 기자가 취재해 트위터에 올린 사진을 보면 갱도 안 모습이 어떤지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갱도들에 폭발물들이 설치돼 있었다. 그래서 취재진이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기자들이 찍은 사진 속 갱도에는 실제로 폭약으로 보이는 하얀 가루 물질이 비닐 안에 담긴 채 갱도 바닥에 놓여 있습니다. 또 폭약들을 연결한 전선이 거미줄처럼 여기저기 쳐져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마이클 그린필드 <스카이뉴스> 기자 트위터.
마이클 그린필드 <스카이뉴스> 기자 트위터.
마이클 그린필드 <스카이뉴스> 기자는 폭약을 더 가까이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갱도가 파괴되기 전 우리(취재진)는 갱도 안쪽을 봤다. (사진을 보면) 폭발물들이 어떻게 널브러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깊은 곳까지 폭발이 일어나는지 듣지는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남쪽(3번) 갱도 모습. 세미온 센더로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남쪽(3번) 갱도 모습. 세미온 센더로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_________
갱도 폭파 시작… 3, 2, 1, 꽝!

톰 체셔 <스카이뉴스> 기자 트위터. 점심식사 모습.
톰 체셔 <스카이뉴스> 기자 트위터. 점심식사 모습.
영국 <스카이뉴스> 톰 체셔 기자는 트위터에 “(24일) 점심을 먹고 난 뒤에 긴장을 풀고 있었다. 우리가 있는 이 건물이 폭파된다는 얘기를 듣기 전까지 그랬다. 진짜 (우리가 식사한 자리가) 그렇게 (폭파)됐다”며 아찔한 경험담을 공유했습니다. 실제로 이날 오후 체셔 기자 등 국제 기자단이 점심밥을 먹은 자리는 폭파됐습니다.

톰 체셔 기자 트위터. 실제 취재진 점심 식사 장소가 폭파되고 있다.
톰 체셔 기자 트위터. 실제 취재진 점심 식사 장소가 폭파되고 있다.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즈다노프 기자는 트위터에 “우리는 이 갱도가 새로 지어졌고, 아직 핵실험을 하는 걸 본 적도 없지만, (언젠가 할) 실험을 위해 잠겨 있다고 (관계자에게) 들었다”면서 “폭파는 북한이 양보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조처가 미국이나 국제사회와의 합의, 또는 요구에 의해 이뤄지는 게 아니라, 북한이 선제적으로 실시하는 만큼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주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누가 핵실험장을 없애라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직 한 번도 핵실험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전해지는 3, 4번 갱도 두 곳을 파괴하는 것 자체가 북한으로서는 ‘큰 양보’인 셈입니다.

폭파장면을 취재하는 기자들.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폭파장면을 취재하는 기자들.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아직 사용된 적이 없는 갱도가 폭파로 무너져 내린 모습. 전과 후.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아직 사용된 적이 없는 갱도가 폭파로 무너져 내린 모습. 전과 후.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즈다노프 기자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원산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아르티>와 전화연결을 해 현지 사정을 전했는데요. 핵실험장 폭파, 폐기에 대해서 “북한이 (갱도) 안에서 폭발물을 터뜨리는 건 그들이 진짜로 양보를 할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풍계리 현지에서 이뤄진 폭파에 대해 “폭발들은 마치 땅과 바위가 바닥에서부터 작게 분출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묘사했습니다.

러시아 언론 <아르티> 화면 갈무리
러시아 언론 <아르티> 화면 갈무리

한편, 즈다노프 기자는 “물론 우리 기자들이 오늘 (우리가) 본 상황이 (실험장에) 얼마나 손상을 입히는지 예측할 수는 없다”라고 했습니다. 핵 전문가가 아니라 민간인인 기자단만 현장을 봤기 때문에 이날 폭파로 핵실험장이 얼마나 제대로 파괴가 됐는지는 ‘신뢰’의 영역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기자는 또 “북한이 그들 스스로 (비핵화를 향한) 첫발을 내디뎠고 이제 그들이 뭔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전했습니다.

세미온 센더로프 <아르티> 기자 트위터. 핵실험장에서 북쪽 관계자들 모습.
세미온 센더로프 <아르티> 기자 트위터. 핵실험장에서 북쪽 관계자들 모습.

즈다노프 기자는 풍계리 핵실험장 취재 소감을 트위터로 밝혔습니다. 그는 “풍계리 핵시험장은 진짜 아름다운 곳에 있다. (만탑산의) 폭포, 계곡, 초목은 국립공원 같은 것으로 하면 끝내줄 거 같다”고 했습니다.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_________
‘12시간 X 2’ 특별전용 열차 안에서

마이클 그린필드 기자는 “(핵실험장이 있는) 산까지 12시간 기차여행을 두 차례 한 뒤 호텔로 돌아왔다. 목요일에 9시간 동안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3개 갱도 입구가 폭파로 인해 무너지는 걸 봤다”고 전했습니다. 기자단의 12시간 이동을 두 차례나 책임졌던 ‘특별전용열차’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북쪽 관계자들은 기자들이 숙소와 식사장소 등으로 사용했던 기차 안에 다소 ‘통제’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해지는데요. 사진에서 보듯 열차 커튼이 모두 내려져 있었고, 사진이나 영상도 찍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즈다노프 기자는 열차 안 객실의 모습도 사진과 함께 공개했습니다. 에어컨이 설치돼 있는데, 옆 칸 승객과 함께 나눠쓰는 모양인지 벽 사이에 에어컨 반쪽이 나와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객실에는 침대와 물, 음료수 등이 마련됐습니다. ‘오미자 단물’이라는 음료수도 보이네요.

세미온 센더로프 <아르티>(RT) 기자가 트위터에 올린 객실 모습. 왼쪽 사진이 동료인 즈다노프 기자의 방, 오른쪽이 센더로프 기자의 방으로 보임.
세미온 센더로프 <아르티>(RT) 기자가 트위터에 올린 객실 모습. 왼쪽 사진이 동료인 즈다노프 기자의 방, 오른쪽이 센더로프 기자의 방으로 보임.

취재진은 12시간씩 두 차례 열차를 타면서 이곳에서 잠도 자고, 밥도 먹었는데요. 어떤 메뉴가 나왔을까요. 즈다노프 기자는 러시아 기자들에게 제공된 러시아 음식 ‘보르시’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서 먹는 것과) 다르지만 아주 맛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쪽에서 기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각 나라 음식을 특별히 준비해 준 모양이네요.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에 올린 ‘보르시’ 사진.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에 올린 ‘보르시’ 사진.

그는 “우리가 (원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녁으로 하얀 옷을 입은 웨이터에게 10가지 코스 요리를 제공받았다”면서 “아시아에서 온 (중국, 한국) 기자들은 그들 입맛에 맞는 메뉴로 다른 열차 칸에서 밥을 먹었다”고 전했습니다.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RT) 기자 트위터.
톰 체셔 기자 트위터.
톰 체셔 기자 트위터.

_________
‘북-미 회담 취소’ 소식 전해지자 “어색하고 불편”

<시엔엔> 트위터 갈무리.
<시엔엔> 트위터 갈무리.

윌 리플리 <시엔엔> 기자는 24일 밤 원산행 열차 안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 취소’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시엔엔> 전화연결에서 “열차에서 잠자리에 들려던 늦은 시각에 전화를 받았다. 당시 열차 안 테이블에 (북쪽 관계자와 함께) 둘러 앉아 있는데 (북-미 회담 취소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은 거다. 어색하고 불편했다. 북한 관계자들에게 말했더니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들이 공식적인 코멘트를 하지 않았지만, 일어나서 자리를 떴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선제조처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장면을 취재하고 돌아오는데, 돌연 북-미 회담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북한 관계자, 미국 기자가 함께 알게 된 겁니다.

톰 체셔 <스카이뉴스> 기자 트위터.
톰 체셔 <스카이뉴스> 기자 트위터.
톰 체셔 <스카이뉴스> 기자는 25일 트위터에 “우리는 풍계리에서 엄청난 파괴 장면을 봤다”면서 “어제 밤 11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뉴스를 접했다. 열차에 타고 있던 북한 사람들, 외국인 모두 크게 놀랐다”고 당시 분위기를 알렸습니다.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 기자 트위터.
이고르 즈다노프 <아르티> 기자 트위터.
즈다노프 기자는 트위터에 북-미 정상회담 취소에 대한 의견을 공개했습니다. 그는 “이번 여정에서 우리는 북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다. 그들 모두가 북한이 비핵화를 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대한 대가로 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물러나는 걸까?”라고 했습니다. 또 “인터넷 연결이 없는 상태에서 40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트럼프가 대화를 취소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타이밍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와 우연히 일치한다. 명확한 메시지다”라고도 했습니다.

국제 기자단은 여정을 마친 뒤 26일 베이징행 비행기를 타고 북한을 떠납니다. 이들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처’를 취하는 현장을 취재했지만, 정작 회담이 취소돼 버리는 상황을 북한 현지에서 맞았습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평화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