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날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 결과 발표를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김경호 기자
“마지막으로 공통적으로 갖고 계실 의문에 대해서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 논의한 내용을 왜 어제 바로 발표하지 않고 오늘 이렇게 발표를 하게 됐느냐라는 것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26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발표가 하루 늦춰진 사정을 이렇게 직접 밝혔다. “대통령께서 퇴장하시겠습니다”라는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의 마무리 발언이 나온 뒤, 기자들의 관련 질문이 없었는데도 자청해서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쪽의 형편 때문에 오늘 논의된 내용을 보도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우리도 오늘 발표해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습니다”라고 구체적 사정도 전했다. 그러고는 “언론에 양해 말씀을 구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설명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배려’와 더불어, ‘하루 늦은 회담 결과 발표’에 따른 불필요한 억측을 조기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처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이런 설명과 관련해,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요즘은 일부 북쪽 주민들도 알게 모르게 남쪽 뉴스를 챙겨본다”며 “북쪽의 공식 발표 전에 남쪽 뉴스로 정상회담 관련 소식을 접하는 사태를 피하고자 했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결과적으로 26일 회담 결과는 북쪽이 남쪽보다 4시간 빨리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오전 6시 보도했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치 1·2면 전체에 걸쳐 사진 18장과 함께 보도했다.
하지만 ‘다른 필요성’이 있었으리라는 관측이 많다. 남과 북 모두 ‘26일 판문점 정상회담’과 관련해 공식 발표 전에 미국 쪽과 접촉할 필요성이 있었으리라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들은 이미 미국 쪽에 전달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만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한-미 국가안보회의(NSC) 사이엔 거의 매일 소통”하며 ”정상 간에는 전화 통화를 통해 수시로 의견을 교환한다”고 ‘원론적 답변’만 했다.
이와 관련해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은 “우리는 회담 결과 발표 전에 미국 쪽에 결과를 설명하고 추가 협의를 할 시간이 필요했을 터이고, 북쪽도 미국 쪽과 열려 있는 물밑 협의 창구로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소통의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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