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1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온 겨레에 좋은 결실을 더 빨리 안겨주자고 점심밥도 넘기고 푼푼히 했다.”(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무기한 연기”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이 1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다시 열렸다. 이날 남북은 4·27 판문점 선언의 후속조처 이행을 위해 점심도 거르고 머리를 맞댔다.
이날 남쪽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올해 들어) 날씨보다 더 많이 바뀐 게 남북관계”라며 “앞으로는 더 속도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였다. 북쪽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오전 10시 전체회의에서 “(5월16일) 북남 고위급회담이 그대로 열리지 못하고 무기한 연장됐다가 북남 수뇌분들이 전격적으로 4차 수뇌상봉(5월26일 통일각 정상회담)을 열으시고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았다면 올해 연말까지, 또 내년까지 회담이 진행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역지사지하는 마음에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구체적 의제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남북 정상이 ‘5·26 통일각 정상회담’에서 “서로 신뢰하고 배려하며 공동으로 노력해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신뢰’와 ‘배려’를 “북남관계의 추동력”으로 규정했다. “북남관계는 빛속도(광속)라고 할까, 세계가 일찍이 알지 못하는 속도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남북이 점심도 거른 채 수석대표(4차례), 대표(1차례) 접촉을 거쳐 회담 시작 7시간25분 만에 연 종결회의에서 리 위원장은 후속회담 일정으로 가득 찬 6월을 언급했다. 그는 “6월1일부터 여름이 시작되는데 여름철에 무엇을 어떻게 가꾸는가에 따라서 가을의 풍요함이 있겠나 판가름하게 된다”며 “북과 남 해외 모든 동포들에게 풍요한 가을을 안겨주는 그런 심정에서 일을 열심히 하자는 것을 새삼 당부드린다”고 했다.
리 위원장은 이날 남쪽 기자의 물음에 일일이 답하고 되받아치기도 했다. 1월9일 올해 첫 남북 고위급회담 때 취재진 질문에 거의 답변을 하지 않던 데서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남북관계 진전을 반영하는 변화로 보인다. 회담 시작 전 전망을 묻는 취재진에게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서 회담을 하려고 왔는데 어떻게 될 건지 뻔하지 않나. 아주 잘될 게 분명하지”라고 답했다. 종결회의에서는 “북과 남 당국 대표들이 밥을 다 자시고(먹고) 일한다고 생각 마시고 항상 이렇게 노심초사하는 심정으로 일한다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다”며 그러면 “오보가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지원 이제훈 기자,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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