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려고 싱가포르로 떠나기 전인 10일 오전 평양 국제비행장에서 열린 환송 의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노동신문> 11일치 1면. 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려고 “10일 오전 중국 전용기로 평양을 출발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고 11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치 1면에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미합중국 대통령과의 력사적인 첫 상봉과 회담을 위하여 평양을 출발하시였다”는 제목을 달아 사진 6장을 곁들여 한면을 가득 채워 보도했다.
특히 <노동신문>은 북-미 정상회담이 “전세계의 비상한 관심과 기대 속에 역사상 처음으로 진행”된다며, “조미 수뇌회담에서는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새로운 조미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문제,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문제들을 비롯하여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해 폭넓고 심도 있는 의견이 교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주력할 ‘3대 핵심 의제’를 공개한 셈이다. 첫째 북-미 관계 정상화, 둘째 한반도 평화체제, 셋째 한반도 비핵화 순이다.
북쪽 매체가 김 위원장의 일정이나 회담을 결과가 나오기 전에 ‘예고’ 형식으로 보도하는 건 전례가 드문 일이다. 앞서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두차례 정상회담은 모두 사후 보도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두차례 정상회담도 4·27 회담은 당일 아침 간단한 예고 보도를 했고, 전격적으로 치러진 5·26 회담은 사후 보도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는 한편으로, 미국 언론의 특성을 고려할 때 회담 결과 보도 시점 조율이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으리라 풀이 된다.
평양 시민들이 11일 오전 출근길 북한 평양지하철역에 비치된 노동신문을 살펴보고 있다. 평양/교도 연합뉴스
<노동신문>은 이날치 2면에서는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도착,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양자 회담 소식 등을 사진 10장을 곁들여 전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방문에는 김영철·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당중앙위·국무위원회 관계자들이 수행한다고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이 전했다.
평양 국제비행장에서 열린 김 위원장 환송 의식에는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최룡해(노동당 부위원장)·박봉주(내각총리)를 포함해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 조선인민군의 리명수(전 총참모장)·김수길(총정치국장)·리영길(총참모장), 박광호·김평해·안정수·박태성·최휘·박태덕 당 부위원장, 최부일 인민보안상, 로두철 내각 부총리 등이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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