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세인트 리지스 호텔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북쪽 경호원들. 노지원 기자
세기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단 24시간 남겨둔 11일 오전 9시 싱가포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묵고 있는 세인트 리지스 호텔 앞은 전날처럼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취재진으로 가득했지만, 김 위원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오전까지 김 위원장은 호텔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숙소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당장 하루 앞으로 다가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듯했다. 다만,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막바지 실무협상을 하기 위해 오전에 나갔다가 오후에 다시 승합차를 타고 돌아왔다. 성 김 대사와 최 부상은 이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에서 여섯 차례 만나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 등 실질적인 의제 조율을 한 바 있다. 이날 최 부상 등 북쪽 실무협상팀은 2시간 가까이 회담을 한 뒤 이날 오후 12시13분께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일본인 미야가와 준 씨가 11일 낮(현지시각)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건너편에서 북한서 구입한 상품을 펼쳐 판매하고 있다. 그는 북한에 18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주장하며,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도 호텔 인근 경호, 검문, 검색은 삼엄했다. 일반인이 정문 앞 보도로 걸어다닐 수는 있었지만, 잠시라도 멈춰서 호텔을 바라보거나 하면 금세 경찰이 다가와 경고했다. “이동하라”고 말했다. 검정 양복에 빨간 배지를 단 북한 경호원들이 선글라스를 쓰고 서로 대화를 하며 호텔 주변을 돌아다니는 모습도 포착됐다.
북쪽 숙소 앞에는 자신의 이름을 미야가와 준이라고 소개한 한 일본인 남성이 북한 서적과 인공기, 성조기 등을 가져와 파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말솜씨와 유모아’라고 적힌 북한 유머집 등 다섯 종류의 책과 팸플릿 등을 늘어놓고 하나하나 소개했다. 그는 자신이 “일본에서 서점을 운영하며 주로 북한 책을 판매한다”고 했고, “18번이나 방북했다”고도 주장했다. 일본에서 살지만 북-미 정상회담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싱가포르 방문했으며,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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