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세기의 회담’] 공동성명 내용-비핵화
12일(현지시각)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케빈 림, 스트레이츠 타임스 제공
“김 위원장, 평양에 돌아가자마자
과학적으로 가능한한 빠른 비핵화 등
많은 사람 기뻐할 프로세스 시작할 것” 북, 핵탄두 포함 ‘실물’ 내놓지 않고
미, 수교·경제제재 해제 안꺼냈지만
“김 위원장 비핵화 약속 재확인
트럼프 대통령 안전보장 제공 약속
새 북미관계, 한반도·세계평화 기여”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공동성명’ 합의·서명·발표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는 어디로 갔냐’는 기자들의 집요한 추궁에도, “(김 위원장을) 정말로 신뢰한다”거나 “신뢰하지 않았다면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거나 “김 위원장의 (핵폐기) 의지를 확인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발목을 잡는 과거, 눈과 귀를 가리우는 편견과 관행을 모두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며 “세계는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사실 김정은 위원장은 핵탄두를 포함한 ‘실물’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수교나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 ‘실물’을 건네지 않았다. 그런데도 두 정상이 ‘성공적인 회담’이라고 자평하는 데에는 이런 공감이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비핵화 관련 구체적·획기적 조처가 공표되지 않았다 해서 ‘속 빈 강정 같은 회담’이라 예단하기 어려운 정황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뒤 공개된 ‘공동성명’에 담긴 비핵화 관련 문구는 딱 세 문장이다. 전문에 두 문장, 본문에 한 문장이다. “4·27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한다고 약속한다”(3항)는, ‘목표’ 규정이다. 판문점 선언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3조 4항)고 명기하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가 시브이아이디를 염두에 뒀다면, ‘핵 없는 한반도’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1년 12월31일 채택)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사용 금지(1조), 핵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 보유 금지(2조)를 규정하고 있다. 이런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 북·미의 태도와 방법론은 전문의 두 문장에 담겨 있다. ‘호혜’와 ‘신뢰’가 열쇳말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는 문구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라는 문구와 한 문장으로 묶여 있다. ‘비핵화-안전보장’의 맞교환이다. ‘호혜’다. “상호 신뢰 구축(mutual confidence building)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는 문구는,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이 한반도와 세계 평화, 번영에 이바지하리라 확신”한다는 문구와 한 문장으로 엮여 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일대일 담판’을 통해 교감한 비핵화 프로세스의 핵심 동력원이자 방법론은 결국 ‘상호 신뢰 구축이 촉진하는 비핵화’다. 지금껏 해온 방식대로, 다만 좀 더 속도를 높여서 풀어가자는 얘기다. 예컨대 김 위원장은 4월20일 노동당 중앙위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 종료를 선언하고,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중단 △북부(풍계리) 핵시험장 폐기 등을 약속·실천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5월10일 북-미 정상회담의 시간·장소를 확정·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를 약속했다.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기뻐할 프로세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추가 비핵화 조처를 (일방적으로) 취하리라는 예고다. 그러고는 “비핵화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기계적·물리적·과학적으로 가능한 한 최대한 빨리 할 것”이라며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될 때 제재를 해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제안한 ‘자발적 비핵화’ 방식에 공감한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이 조만간 이번 회담의 성과를 토대로 상당히 획기적인 조처를 취하리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화보] ‘세기의 담판’ 6·12 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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