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방·북한

CVID 명시 안했지만…트럼프 “신뢰 없다면 서명 안했을 것”

등록 2018-06-13 04:59수정 2018-06-13 16:53

[북미 ‘세기의 회담’] 공동성명 내용-비핵화
12일(현지시각)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케빈 림, 스트레이츠 타임스 제공
12일(현지시각)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케빈 림, 스트레이츠 타임스 제공
12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기의 회담’이 벼린 비핵화 프로세스는, 과도한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면, ‘자발적 비핵화’라고 잠정적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하면, ‘김정은의 선 조처, 트럼프의 호응’이 선순환하는 방식이다.

‘네가 하는 만큼 나도 한다’는 ‘성악설’에 밑받침된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의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 원칙”의 ‘엄격한 상호주의’에서 ‘호혜주의’로의 전환인 셈이다. ‘성악설’에서 ‘성선설’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라 할 만하다.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은 그동안 특히 북쪽이 강조해온 원칙이다.

트럼프, CVID 질문에 신뢰 강조
“김 위원장, 평양에 돌아가자마자
과학적으로 가능한한 빠른 비핵화 등
많은 사람 기뻐할 프로세스 시작할 것”

북, 핵탄두 포함 ‘실물’ 내놓지 않고
미, 수교·경제제재 해제 안꺼냈지만
“김 위원장 비핵화 약속 재확인
트럼프 대통령 안전보장 제공 약속
새 북미관계, 한반도·세계평화 기여”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공동성명’ 합의·서명·발표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는 어디로 갔냐’는 기자들의 집요한 추궁에도, “(김 위원장을) 정말로 신뢰한다”거나 “신뢰하지 않았다면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거나 “김 위원장의 (핵폐기) 의지를 확인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발목을 잡는 과거, 눈과 귀를 가리우는 편견과 관행을 모두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며 “세계는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사실 김정은 위원장은 핵탄두를 포함한 ‘실물’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수교나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 ‘실물’을 건네지 않았다. 그런데도 두 정상이 ‘성공적인 회담’이라고 자평하는 데에는 이런 공감이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비핵화 관련 구체적·획기적 조처가 공표되지 않았다 해서 ‘속 빈 강정 같은 회담’이라 예단하기 어려운 정황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뒤 공개된 ‘공동성명’에 담긴 비핵화 관련 문구는 딱 세 문장이다. 전문에 두 문장, 본문에 한 문장이다. “4·27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한다고 약속한다”(3항)는, ‘목표’ 규정이다. 판문점 선언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3조 4항)고 명기하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가 시브이아이디를 염두에 뒀다면, ‘핵 없는 한반도’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1년 12월31일 채택)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사용 금지(1조), 핵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 보유 금지(2조)를 규정하고 있다.

이런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 북·미의 태도와 방법론은 전문의 두 문장에 담겨 있다. ‘호혜’와 ‘신뢰’가 열쇳말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는 문구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라는 문구와 한 문장으로 묶여 있다. ‘비핵화-안전보장’의 맞교환이다. ‘호혜’다. “상호 신뢰 구축(mutual confidence building)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는 문구는,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이 한반도와 세계 평화, 번영에 이바지하리라 확신”한다는 문구와 한 문장으로 엮여 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일대일 담판’을 통해 교감한 비핵화 프로세스의 핵심 동력원이자 방법론은 결국 ‘상호 신뢰 구축이 촉진하는 비핵화’다. 지금껏 해온 방식대로, 다만 좀 더 속도를 높여서 풀어가자는 얘기다.

예컨대 김 위원장은 4월20일 노동당 중앙위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 종료를 선언하고,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중단 △북부(풍계리) 핵시험장 폐기 등을 약속·실천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5월10일 북-미 정상회담의 시간·장소를 확정·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를 약속했다.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기뻐할 프로세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추가 비핵화 조처를 (일방적으로) 취하리라는 예고다. 그러고는 “비핵화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기계적·물리적·과학적으로 가능한 한 최대한 빨리 할 것”이라며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될 때 제재를 해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제안한 ‘자발적 비핵화’ 방식에 공감한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이 조만간 이번 회담의 성과를 토대로 상당히 획기적인 조처를 취하리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화보] ‘세기의 담판’ 6·12 북-미 정상회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평화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