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언론이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3차 중국 방문 소식을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1일치 전체 6개면 가운데 1∼4면에 사진 35장을 곁들여 김 위원장의 방중 둘째날 소식과 평양 귀환 사실을 전했다. 특히 이날 보도에는 김 위원장이 경제담당 관료들과 함께 중국의 농업, 교통 분야 현장을 꼼꼼히 둘러본 소식도 담겼다.
이 신문은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낚시터 국빈관에서 또다시 상봉하시였다”며 “습근평동지와 팽려원녀사는 이 뜻깊은 곳에서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와 리설주녀사를 위한 상봉의 자리를 또다시 마련하고 특별한 환대를 베풀었다”고 전했다. 낚시터 국빈관이란 베이징 조어대(댜오위타이) 국빈관을 의미한다. 이곳은 한국으로 치면 청와대 영빈관처럼 중국 정부를 방문하는 중요 손님을 맞는 장소다. 김 위원장이 지난 3월 첫 북-중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에 왔을 때도 이 곳에 묵었다.
신문은 국빈관 분위기를 전하며 “낚시터국빈관구 내에는 위대한 수령님께서 1959년 10월2일 친히 심으신 가문비나무가 오늘도 조중친선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하며 푸르청청하게 서있다”고 했다. 김일성 주석이 살아 생전 중국을 방문했던 추억을 되짚으며 북-중 우호 관계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두 정상은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전 회담을 했다. <노동신문>은 “조중(북-중) 최고령도자동지들의 단독담화에서는 현정세와 절박한 국제문제들에 대한 신중한 의견교환이 있었으며 새로운 정세하에서 두 당, 두 나라사이의 전략전술적협동을 더욱 강화해나가기 위한 문제들이 토의되였다”고 밝혔다. 두 정상의 회담 의제인 ‘현 정세와 절박한 국제문제들’에는 6·12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 체제안전보장, 북한의 비핵화 조처에 따른 향후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북-중이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전술적 협동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는 것은 현 국면에서 북-중이 긴밀히 공조하며 협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동신문> 등의 보도에서 눈에 띄는 점은 신문이 김 위원장의 중국 경제 현장 시찰 소식을 구체적으로 소개한 대목이다. 보도를 보면 방중 둘째날인 20일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부부동반 오찬을 한 뒤 중국농업과학원 국가농업과학기술혁신원과 베이징시 궤도교통 지휘센터 등 경제 현장을 둘러봤다. 북한이 중국의 경제발전 상황을 돌아보고 향후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중국처럼 경제 분야에서 개혁, 개방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행보라고 읽힌다. 시찰 현장에는 최룡해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겸 부위원장,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박봉주 내각총리이자 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동행했다. 박 총리는 북한 경제 전반을 담당하는 총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그외 리수용·김영철·박태성 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 겸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 등도 함께 했다. 여기서 특히 박태성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2차 방중 뒤인 5월16일 북한 시·도당 위원장으로 구성된 방중 친선관람단을 이끌고 중국의 실리콘 밸리 ‘중관춘’ 등을 다녀온 인물이다. 노광철 인민무력상은 김 위원장의 역점 사업인 원산갈매해안관광지구 건설을 책임지는 조선인민군을 이끌고 있다.
<노동신문>은 중국농업과학원을 “도시의 건물 및 시설들에서 화초와 남새(채소)를 재배하고 농업의 공업화를 실현하기 위한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연구 및 보급하는 중점시범기지”라고 소개했다. 신문은 이 곳에서 “여러가지 잎남새와 열매남새들에 대한 무토양재배기술을 연구보급하고있으며 도시생활에 현대농업을 전면적으로 융합시키고 도시의 살림집, 사무실, 주민지구 등의 공간을 록색화하기 위한 기술과 방법들을 연구하고있다”며 김 위원장이 “현대농업기술종합전시쎈터, 잎남새재배기술연구쎈터, 열매남새재배기술연구쎈터, 도시농업연구쎈터, 주민지구농업응용전시쎈터를 비롯한 여러곳을 돌아보시면서 농업과학기술연구사업에서 이룩한 성과와 경험을 진지하게 료해(사정이나 형편이 어떠한가를 알아보는 것)하시였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농업 및 과학기술 발전에 특별한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 신문은 김 위원장과 수행단 일행이 베이징시 지하철 노선 등 교통 컨트롤타워인 베이징시 궤도교통 지휘센터를 방문해 “베이징시 지하철도 건설력사 전시장과 지하철도 사령지휘쎈터, 자동표판매 및 검표체계감시쎈터를 돌아보시면서 베이징시의 지하철도운영실태와 발전전망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료해하시였다”고도 전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중국 주재 북한 대사관을 방문해 대사관 직원들과 회동을 했다. 북한 지도자가 다른 나라를 방문한 뒤 자국 대사관을 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이런 일정을 마친 뒤 저녁께 전용기를 타고 평양으로 돌아갔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