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은 한국전쟁 기념일에, 상호 비난 대신 소통의 수단이 군 통신선 복원 문제를 논의했다. 남북 군 통신선 완전 복구 문제를 논의하려고 25일 서해지구 남쪽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대령급 남북 군사실무접촉에서 남쪽 수석대표 조용근 육군대령과 북쪽 수석대표 육군대좌 엄창남이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북한이 한국전쟁 발발 기념일(북쪽 표현으론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일”)을 조용히 넘겼다. 노동당 중앙위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치와 26일치에서 한국전쟁 기념일 계기 ‘반미 집회’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미제의 북침 전쟁 도발 책동’ 운운하는 사설도 싣지 않았다. 늘 해오던 한국전쟁 기념일 계기 반미 군중집회를 올해에는 건너 뛴 듯하다.
<노동신문>엔 한국전쟁 기념일을 계기로 한 기사가 25일치와 26일치에 각 한 건씩 실렸다. “1950년대의 그 정신, 그 투지로!”(25일치 2면 머리), “우리 혁명의 고귀한 정신적 재부-1950년대 조국수호정신”(26일치 2면 하단)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두 기사엔 공통점이 있다. 북쪽 표현으론 “위대한 조국해방전쟁 승리 65돐”인데, ‘미국’ ‘미제’라는 표현이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안팎의 원쑤들” 또는 “제국주의 연합세력”이라는 에두른 표현 정도다.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6월12일 싱가포르)을 치러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등 ‘봄바람’이 불고 있는 북-미 관계 변화를 의식한 태도 변화로 읽힌다. <노동신문>은 ‘1950년대 투쟁정신’을 “수령결사옹위 정신, 조국수호 정신, 창조와 혁신의 정신”이라 규정해, 전쟁 관련 색채를 확연히 누그러뜨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의 이런 절제된 행보에 이례적으로 ‘감사’를 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5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한국전쟁 개시일에 북한이 반미 행동에 변화를 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북-미 양쪽 모두 정상회담의 ‘성과’를 이어가려는 정치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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