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쪽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철도협력 분과회의에서 남쪽 수석대표인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오른쪽)과 북쪽 단장인 김윤혁 철도성 부상이 함께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남과 북은 ‘남북 철도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공동연구조사단’을 꾸려 7월24일부터 경의선에 이어 동해선의 북쪽 구간에 대한 현지 공동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경의선은 개성~신의주, 동해선은 금강산~두만강 구간에 대한 현지 공동조사를 “동해선·경의선 철도 현대화를 위한 선행사업”으로 “빠른 시일 안에 진행”하기로 했다. 경의선 북쪽 구간은 2007년 12월에 현지 조사를 한 적이 있지만, 동해선 북쪽 구간 현지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남과 북은 아울러 “7월 중순에 경의선 철도 연결구간(문산~개성), 이어서 동해선 연결구간(제진~금강산)에 대한 공동점검을 진행하며, 그 결과를 토대로 역사 주변 공사와 신호·통신 개설 등 필요한 후속 조처를 추진”하기로 했다.
남과 북은 26일 판문점 남쪽 평화의집에서 ‘철도협력 분과회의’를 열어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에 따라 진행하는 동해선·경의선 철도 협력 문제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앞으로 이 사업을 동시에 추진해나가기로 했다”며 이런 내용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남과 북은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과 현대화를 높은 수준에서 진행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철도 현대화를 위한 설계, 공사 방법 등 실무적 대책들을 구체적으로 세워 나가기로 하였으며, 그 결과에 따라 착공식은 조속한 시일 안에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쪽은 애초 10년 가까운 운행 중단 탓에 방치된 철도 시설의 보수 작업을 우선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점심을 거르며 거듭된 ‘2+2 대표접촉’ 등을 통해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상황을 고려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하고, 우선 ‘동해선·경의선 철도 북쪽 구간 공동조사’부터 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남쪽 수석대표인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은 공동보도문 채택 뒤 판문점 기자회견을 통해, 동해선·경의선 철도 북쪽 구간 현지 조사에 남쪽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더라도 “실질적으로 (유엔 등의) 제재에 위반되는 부분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북쪽 단장(수석대표)인 김윤혁 철도성 부상은 종결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동·서해선 철도 연결과 현대화를 높은 수준에서 동시 병행의 원칙에서 추진해 나가는 데 합의했지만, 그 이행 일정표를 확정하고 실천적 진행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견해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며, ‘시설 보수’와 관련해 구체적 일정 합의에 이르지 못한 대목을 짚었다.
앞서 남과 북은 10·4 정상회담 직후인 2007년 12월11일부터 경의선 철도 문산~봉동 구간을 오가는 남북 화물철도 정기 운행을 시작해, 한국전쟁 와중인 1951년 끊긴 민족의 혈맥을 56년 만에 다시 이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집권 첫해 급속한 남북관계 악화의 유탄을 맞아, 같은 해 11월28일 남북 열차 운행이 중단된 뒤 10년 가까이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하고, 6·1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철도협력 분과회의를 ‘6월 말까지’ 열기로 공감한 데 따른 것이다. 남북 철도협력 관련 회의는 2008년 1월29~30일 개성공단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남북철도협력분과위원회 1차 회의’를 열어 개성~신의주 철도의 공동 이용을 위한 개보수 문제 등을 협의한 뒤 10년 만이다.
북쪽 단장인 김윤혁 철도성 부상은 오전 10시 시작된 전체회의 머리발언에서 “경제 사업에서 철도는 선행관이자 견인기”라며 “두 줄기 궤도에는 곡선이 있을 수 있지만 민족의 동맥을 하나로 이어나가는 쌍방의 마음과 의지에는 곡선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남쪽 수석대표인 김정렬 국토부 2차관은 “오늘 이렇게 단비가 흠뻑 내리고 강물도 불어나고 그래서 아마 우리 남북 간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고 화답했다.
회의 대표단에는 수석대표(단장) 외에 남쪽에서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과 손명수 국토부 철도국장이, 북쪽에서 김창식 철도성 대외사업국 부국장과 계봉일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국장이 참여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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