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섬유와 종이 등을 생산하는 신의주화학섬유공장을 시찰하고 공장의 현대화 사업 진행상황 등을 살펴봤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언론이 최고지도자가 경제 현장을 시찰하는 모습을 사흘째 대서특필하며 2일엔 공장 관계자들을 호되게 질책한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의주 경제 현장을 둘러본 내용을 사흘째 1면에 다뤘다. 신문은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이 관리자와 직원들의 미흡한 점을 질책한 내용도 상세히 다뤘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는 ‘성공적 모델’을 제시하는 성격을 지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보도인 셈이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신의주 화학섬유공장을 둘러보면서 “개건 현대화공사를 진행한다는 이 공장에서는 보수도 하지 않은 마구간같은 낡은 건물에 귀중한 설비들을 들여놓고 시험생산을 하자고 하고있다고 하시면서 설비 현대화에 앞서 생산건물과 생산환경부터 일신할 생각을 하지 않고 여유면적에 설비들과 생산공정들을 박아넣는 식으로 하고있는데 대하여 지적하시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새로 꾸린 생산 공정들을 마감단계에서 조립하고 당장 시운전을 하자고 하는 현시점에서까지도 건물 보수를 땜때기식으로 하고있으며 똑똑한 개건 현대화 방안과 기술 과제서도 없이 마구잡이로 하고있는데 대하여 추궁”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을 보면 사실상 김 위원장이 이 공장을 둘러보며 지배인을 비롯한 당 위원장 등 직원들이 공장 현대화 사업에 대한 김 위원장의 물음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엄중히 꾸짖은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김 위원장 “일군들이 당에서 중시하고 기다리는 종이생산공정 개건 현대화 사업을 하루빨리 끝내기 위하여 애써 노력하지 않고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않고있는데 대하여 엄중히 지적하시였다”면서 “우선 공장 책임일군들이 주인구실을 똑똑히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시면서 지금 진행하고있는 현대화사업의 규모와 전망계획, 로력과 자재보장정형을 료해하는데 대하여 지배인, 당위원장, 기사장이 서로 밀기내기를 하면서 누구 하나 정확히 답변하지 못하고있다고, 숱한 단위들에 나가보았지만 이런 일군들은 처음 본다고 엄하게 지적하시였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의주화학섬유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이어, 내각, 화학공업성, 도당위원회 관료들이 현장에 관심을 갖지 않고, 제대로 지도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또한 내각과 화학공업성의 책임일군들과 도당위원회가 중요한 공장의 생산정상화를 위한 현대화사업을 등록이나 해놓았을뿐 공장에만 방임하면서 관심도 돌리지 않고 잘 나와보지도 않으며 지도통제를 바로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하여 지적하시면서 화학공업부문이 몇년째 추서지 못하고 말만 앞세우고있는 원인을 알 수 있다고, 내각의 경제사업지도능력과 화학공업부문의 실태를 두고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고, 대단히 심각하다고 말씀하시였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질타는 이후 신의주 방직공장을 방문해서도 계속됐다. 김 위원장은 이 곳에서도 공장 직원들을 관리하는 공장 당위원회 등 중간 관리들의 소홀함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신문은 “공장에서 과학기술에 의거하여 생산을 정상화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재와 자금, 로력 타발만 하면서 과학기술사업에 응당한 관심을 돌리지 않아 설비와 기대들의 만가동, 만부하를 보장하지 못하고 공장현대화수준도 높지 못한데 대하여 지적하시였다”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경공업부문을 비롯한 모든 부문에서 우리 식의 국산화, 현대화의 불길이 세차게 타오르고 있는 때에 이 공장 일군들과 로동계급은 난관앞에 주저앉아 일떠설 생각을 하지 못하고 동면하고 있다고 안타깝게 지적하시였다”며 “공장의 후방공급실태와 종업원들의 생활형편도 알아보시고 공장 당위원회가 종업원들의 로동조건과 생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에 관심을 돌리지 않고있는데 대하여서도 지적하시였다”고 전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적을 하면서도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내밀고, 직원들을 북돋우기 위한 일종의 ‘당근’도 제시했다. 질책을 할 땐 하더라도 대안과 격려 또한 잊지 않았다는 얘기다. <노동신문>은 “공장의 생산공정을 새 세기 산업발전에서 주되는 목표로 되고있는 로력절약형, 기술집약형구조로 전환하고 첨단기술을 도입하여 생산지휘와 경영활동을 과학적으로,합리적으로 해나감으로써 생산과 경영활동에서 최대한의 실리를 보장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고 했다. 이어 “이 공장 합숙생들이 당에서 김정숙평양방직공장과 김정숙평양제사공장에 마련해준 로동자합숙을 몹시 부러워하였다고 하는데 그에 못지 않게 훌륭한 합숙을 지어주겠다고 하시며 몸소 합숙터전을 잡아주시고 강력한 건설력량을 동원시킬데 대한 은정깊은 조치를 취해주시였다”고 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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