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여자 ‘평화’팀과 ‘번영’팀이 혼합경기를 평양 주민들이 관람하며 응원하고 있다. 2018.07.04 사진공동취재단/오마이뉴스 이희훈
“긴머리 전기파마 45달라” “짧은머리 전기파마 30달라” “머리빨기 2달라”.
평양 고려호텔 지하 1층 미용실의 가격표다. 머리 길이에 따라, 남성과 여성에 따라 값이 다르다. 미용실 직원은 “예약을 하고 오면 좋다”고 불쑥 모습을 드러낸 남쪽 기자한테 ‘팁’을 알려줬다. 남쪽 기자가 “‘머리다듬기(자르기)와 ‘긴머리전기파마’를 하고 싶다”고 하자, 미용실 직원은 “흰머리 염색이라면 몰라도 염색 안 하는 게 나을 거 같습네다. 화학성분이 머리에 좋지 않으니”라고 답했다.
평양 시내를 오가는 여성들이 들고 다니는 양산은 “굉장히 화려하고 예뻤다”는 게 ‘남북통일농구경기’ 취재차 평양에 발을 디딘 남쪽 기자들의 전언이다. “서울 백화점에서 파는 양산보다 화려한 양산이 많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평양 거리엔 ‘반미구호’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전해왔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등 달라진 정세를 반영한 변화로 풀이된다. “계속혁신, 계속전진” “만리마 속도 창조”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심단결” 등 4월 노동당 중앙위 7기 3차 전원회의 결정 관철과 내부 결속을 다지는 내용이 다수다. 이전에도 평양 방문 경험이 있는 정부 관계자는 “북한 선전물의 숫자도 크게 줄었지만 반미 관련 내용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짚었다.
평양 중심가에선 매일 저녁 9·9절(정부 수립 기념일)에 대비한 ‘대규모 집체극’ 연습이 한창이다. 방북 취재단은 “인민대학습당 앞 김일성광장을 가득 메운 대규모 인원이 매일 저녁 목격된다”고 전했다. ‘무슨 행사가 있냐’는 질문에, 북쪽 관계자는 “아…, 우리 구구절 있으니까 그거 준비하는 거지. 남측 기자들 중 아리랑 공연 본 기자들 많지 않디요?”라고 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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