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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미 회담 한 달…여론에 쫓기는 미국, 시간에 쫓기는 북한

등록 2018-07-09 16:17수정 2018-07-10 06:31

북미 ‘협상의 함정’ 어떻게 돌파할까?
미국은 평화조처 성의 보이고
북한도 트럼프 행정부에 협조해야
6~7일 평양에서 북-미 고위급 협상을 한 뒤 베트남을 방문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 하노이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응우엔쉬안푹 베트남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하노이/로이터 연합뉴스
6~7일 평양에서 북-미 고위급 협상을 한 뒤 베트남을 방문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 하노이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응우엔쉬안푹 베트남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하노이/로이터 연합뉴스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는지 신경을 쓴다면 미쳐버릴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8일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비판자들이 우리가 성취한 것들을 과소평가하리라는 점도 알고 있다"고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래서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고 했지만, 역설적으로 비판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의 고백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적대적인 미국 주류 언론과 전문가 집단이 주도하는 비판 여론이 대북 협상에 나선 미국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가 김정은이 놓은 덫에 걸렸다’는 식의 비난 여론에 시달려온 트럼프 행정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기간에 비핵화 의제에 ‘올인’(다걸기)한 듯하다. 북쪽이 극도의 거부감을 보여온 ‘최대의 압박’이라는 수사도 한달여 만에 다시 꺼내들었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 방북 전에 내놓은 ‘선의의 조처’ 외에, 북-미 관계개선과 평화체제 구축 관련 ‘추가 선물’은 없었다. 북쪽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측이 조바심에 사로잡혀”라고 짚은 배경이다.

사실 ‘객관적 구조’만을 놓고 보면 더 급한 쪽은 김정은 위원장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알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진전을 11월 중간선거와 2020년 재선 승리의 디딤돌로 삼으려 한다. 적어도 11월까지는 ‘시간’이 있는 셈이다. 반면, 4·20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사실상 폐기하고 ‘사회주의경제 건설 총력 집중’을 새 전략노선으로 채택한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경제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절실하다. 9월9일 “공화국 창건 70돌을 승리자의 대축전으로 경축”(<노동신문> 7월3일치 사설)하려면, 2019년 4월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탄생 기념일)까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최상의 수준에서 완공”(<노동신문> 6월5일치 1면)해 외국인 관광객의 외화를 손에 쥐려면 대북 제재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대북 제재가 완화되지 않으면 김정은 체제의 ‘국책사업’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 위원장한테 대북 제재 장기화는 재앙이다. 제재 완화를 위해 속도감 있는 비핵화 조처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고위 관계자는 “객관적 구조로는 김 위원장이 급한데, 여론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더 급한 처지로 몰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북-미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까 걱정스럽다”고 짚었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결과는 이런 걱정이 기우가 아님을 시사한다. 최근 미국을 다녀온 한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미국 전문가들은 다들 비판하고, 한국에서 간 전문가들이 옹호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위험하다”고 짚었다.

실제 “미국의 조바심”은 북한에 일방적 압박으로 받아들여지고, 북한의 비핵화 ‘속도 조절’은 미국에서 의구심을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 오해의 증폭을 차단하고,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가능케 한 선순환의 동력을 지속·강화할 지혜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예컨대 미국은 김정은 위원장이 ‘능동적 비핵화 조처’에 나설 수 있도록 관계개선과 평화체제 관련 초기 조처에 성의를 보여야 하고,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으로 ‘자랑질’을 할 수 있도록 ‘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의의 주고받기’를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북-미 협상이 교착에 빠지지 않게 할 “윤활유가 필요한 시점”(정부 관계자)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관련 영상] 한반도 냉전해체 프로젝트 ‘이구동성’ 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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