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장관 또 ‘설화’…“여성들 행동거지·말 조심해야”

9일 성고충전문상담관 간담회서 발언
논란일자 “그런 표현쓰면 안된다는 취지” 해명

송영무 국방부 장관. 한겨레 자료사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9일 군내 성폭력과 관련해 ‘여성들이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된다’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파문이 확산되자 송 장관은 이날 오후 “오해의 소지가 있게 말한 것은 불찰”이라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송 장관은 9일 오전 용산 육군회관에서 열린 성고충전문상담관들과의 간담회에서 “(성범죄 예방을 위해) 회식 자체에 대해서 승인을 받게끔 하는데 그런 것도 어떻게 보면 여성들이 행동거지라든가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딸에게) 택시를 탈 때라든지 남자하고 데이트를 할 때라든지 등등에 대해 교육을 구체적이고 자세히 시키더라”며 “(아내는) 여자들 일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다. 이것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군내 성추행 등이 잇따르는 가운데 ‘여성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국방부는 관련 보도가 나가자 즉각 해명에 나섰다. 최현수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장관의 말 중에 ‘여성의 행동거지나 말하는 것 이런 것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한 것은, 여성이 조심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회식에 관한 규정 같은 것을 만들거나 할 때 ‘여성의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는 표현을 쓰면 안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장관의 발언을 전후 맥락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논란이 진화되지 않자 이번엔 송 장관이 직접 나섰다. 송 장관은 오후에 국방부 기자실을 찾아 “여자들이 행동거지를 조심하라는 말이 아니다. 회식승인 제도를 훈령으로 만들 때 거기에 여성의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든가 하는 말이 들어가면 안된다고 사례를 든 건데, 말을 빨리 하다보니 오해의 소지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송 장관은 또 “(경위야 어떻든) 본의와 달리 오해가 되게 말한 것은 불찰”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애초 이날 간담회는 송 장관의 모두 발언만 공개되고 비공개로 진행됐다. 송 장관은 성고충전문상담관 11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군내 성폭력 근절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성폭력 근절을 위해 부대 차원의 예방과 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피해를 입고도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는 잘못된 문화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지난해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해 장병들 앞에서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부적절한 발언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김지은 박병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