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전쟁 때 미군기 폭격으로 전사한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의 묘를 참배했다고 보도한 <노동신문> 27일치 4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전협정 65돌 계기에 ‘중국인민지원군렬사능원’을 찾아 한국전쟁 때 미군의 폭격으로 목숨을 잃은 마오안잉(마오쩌둥 주석의 장남)의 묘에 참배하고 북중관계를 ‘피와 생명을 바쳐가며 맺어진 관계”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렬사능원’(한국전 참전 사망 중국군 묘지) 안 마오안잉의 묘를 참배하고는 “이땅의 산천초목에는 중국 동지들의 붉은 피가 스며 있고 광활한 중국 대지에는 조선혁명가들의 넋이 잠들고 있다”며 “조(북)중관계는 서로 피와 생명을 바쳐가며 맺어진 전투적 우의와 진실한 신뢰로 굳게 결합되어 있는 것으로 하여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특수하고 공고한 친선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27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인민은 예나 지금이나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같은 믿음직한 형제의 나라, 위대한 벗을 가지고 있는 것을 긍지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참배 일자를 밝히지 않았지만, 26일 참배했으리라 추정된다.
김 위원장의 중국인민지원군렬사능원 참배는 2013년 ‘7·27’ 계기에 이어 5년 만이다. 김 위원장의 마오안잉 묘 참배는 북-미 간 비핵화와 관계정상화 협상 과정에서도 북중관계를 ‘혈맹’ 수준으로 유지하고 싶다는 정치적 메시지 발신으로 풀이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쉼없이 중국을 견제·비판하고 있지만, 북중관계는 그에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는 대중국 메시지이기도 하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올해 들어서도 정상회담을 세 차례 하는 등 북중 간 긴밀한 친선 우호관계를 나타내고 있고, 그런 차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짚었다.
김 위원장이 대미 접근에 나서면서도 북중관계를 강조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과 ‘항구적이고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한미동맹이 굳건함을 강조하는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김 위원장의 마오안잉 묘 참배에는 리수용·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함께했다.
김 위원장은 26일 ‘조국해방전쟁참전렬사묘’(평양시 연못동)에 참배하고, 묘 앞에서 제5차 전국노병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26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제5차 노병대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북쪽이 ‘조국해방전쟁 승전기념일’(전승일)이라 부르는 7월27일치를 평소보다 2개면 늘려 ‘특집판’으로 꾸몄다. 1~7면까지가 7·27 관련 기사다. 특기할 대목은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이긴 날이라고 주장하는 ’7·27’ 관련 기사에 ‘미국’ ‘미제(미국제국주의)’라는 단어가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고, 대미 비난도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김정은 위원장을 대신해) ‘제5차 노병대회’ 보고자로 나선 최룡해 노동장 정치국 상무위원은 한국전쟁을 “제국주의의 무력 침공을 물리치는 가열한 전쟁” “보병총과 원자탄의 대결” “원쑤격멸의 성전” 등으로 표현하면서도, “미국“ “미제”라는 표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미 관계를 풀어가려는 전략에 따른 수위·표현 조절로 풀이된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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